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공식 규정하고, 기존 피해구제 중심 제도를 국가 주도의 배상체계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도권에서 배제돼 왔던 ‘등급 외 피해자’에 대해서도 구제·배상 가능성이 열렸다.
정부는 24일 오전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국회와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특별법에 명문화한 점이다. 또 기업 책임을 전제로 한 기존 피해구제체계를 국가와 기업이 공동 책임을 지는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한다. 국가가 명시적으로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꾼 셈이다.
우선 정부는 현재의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배심위)로 개편한다. 기존 신청자뿐 아니라 앞으로 추가 신청자도 배상심의 대상이 된다. 피해자의 건강 수준과 경제적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현재 ‘등급 이외 피해자’ 도 배심위에서 적절한 배상액을 심의·산정해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적극적 손해(치료비)와 소극적 손해(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포함한 배상을 추진하고, 피해자가 일시금 수령 또는 일부 수령 후 치료비 지속 지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원은 기업 분담금과 정부 출연금을 통해 마련한다. 정부 책임 비중과 사업자 간 분담 비율도 재조정한다. 손해배상청구권 강화를 위해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까지 단기 소멸시효 진행을 중단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범부처 전담반(TF)을 구성해 교육·국방·고용·의료 등 피해자의 생애 전주기 지원도 강화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인접 학교 우선 배정, 질병결석 인정 확대, 대학 등록금 일부 지원이 이뤄진다. 피해 청년의 병역 판정과 복무에서도 건강 특성을 반영하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 참여를 우선 보장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피해 청년은 건강 특성을 충실히 고려한 판정체계를 마련한다. 사회복무요원의 경우 호흡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근무지는 제외한다. 현역으로 입대할 경우 소총, 박격포 등 신체활동이 많이 필요한 주특기는 배제한다.
사회에 진출하는 피해 청년은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도전지원사업,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등 취업지원사업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
피해자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이 치료비를 대납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치료비를 먼저 납부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정산받는 불편이 있었다.
이밖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보건처’를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시켜 가습기살균제·석면·환경오염피해의 발굴에서 지원까지 전담하는 기구로 개편한다. 아울러 상담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분야 전문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다.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는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앞으로도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실질적인 회복과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