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역의료…“지역의사 순회 진료 허용 등 규제 완화 검토”

흔들리는 지역의료…“지역의사 순회 진료 허용 등 규제 완화 검토”

“지역 형평성 갖추는 것으로 지역의료 재설계”
복지부, 전공의 배상보험 수련병원 의무화 방안 고민
대전협, 배상보험 보장 대상 전면 확대 제안

기사승인 2025-12-27 16:49:46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7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신대현 기자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강화를 위해 ‘지역의사제’가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역 의사들이 다른 의료취약지역으로 파견 순회 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등 각종 규제 완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의료소송 부담을 덜 수 있게 수련병원 지정 요건으로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지게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27일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보건복지부 정책 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의료개혁 정책을 지역의료 생태계와 연계하지 못해 지역의료 어려움을 가중시킨 부분이 있어 반성한다”며 “지역의료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의료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혁신 정책에 의과대학 신입생 중 일정 비율을 선발해 학비 등을 지원한 뒤 졸업 후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 하게 하는 ‘지역의사제’와 의료취약지 등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할 ‘공공의대’ 설립 등이 담겼다. 이 정책들은 각각 2027~2028년, 2029~2030년 추진할 예정이다.

강 과장은 “수가의 문제, 의료사고 안전망, 인력 양성 등 의대 교육부터 수련 배치까지 인력 정책이 부재해 이런 것들을 다시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과제”라며 “지역에 재정을 지원하는 단편적인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 지역의료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외과 관련 수가를 인상했는데 외과 의사들의 개원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던 것처럼 기계적인 지역 균형이 아닌 형평성을 갖추는 것으로 지역의료를 재설계 할 것”이라며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의사들이 지역의료에 종사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핵심으로, 지역의사는 파견 순회 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등 각종 규제를 지역 중심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도 국정과제인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의 주요 과제다. 현재 정부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의료진의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은 의료행위 중 과실에 따라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전공의의 경우 의료사고 배상액 중 5000만원 상당까지는 수련병원이 부담하고, 5000만원을 초과한 2억5000만원 배상액 부분에 대해 보장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공모가 이뤄진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지원사업’에 산부인과 전문의 75%가 보험에 가입했고, 소아외과 전문의는 92%에 달한다. 필수의료 전공의는 65%가 가입했다.

신현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다음번 보험을 설계할 때는 다층적 보험체계로 설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병원 차원에서 책임보험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수련병원 지정 요건으로 유도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책임보험 의무화 외에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도입, 환자 소통 제도 강화 등을 검토 중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인이 책임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관련해 공소권을 제한하거나 형을 감면하는 방식이다.

신 과장은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제한한 의료사고 배상보험 지원 과목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 전체 과목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면서 “전공의 배상보험을 확대해 구상 위험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의료사고 배상보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박창용 대전협 정책이사는 “한국은 선진국 대비 의료진에 대한 형사 입건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전공의도 법적 책임의 전면에 서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배상보험 보장 대상의 전면 확대 △다층적 보장 체계 구축 △수련병원 보험 가입 의무화 및 수련환경 평가 항목 신설 △형사 소송 특약 도입 등을 제안했다.

박 정책이사는 실제 자신의 의료사고 경험담도 전했다. 그가 내과 2년 차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서 심정지를 겪은 환자가 심폐소생술로 생존했지만, 저산소로 뇌 손상이 발생했다. 환자 보호자는 소송까지 고려했지만, 그가 한 달간 중환자실 담당 전공의로 환자를 관리하며 매일 보호자와 면담한 끝에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받아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다.

박 정책이사는 “만일 최선을 다한 의료 행위가 불가피한 결과로 소송을 겪게 된다면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감당할 수 있겠냐’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도 물음표”라며 “전국 전공의 대상 실태조사와 실제 경험자 대상 인터뷰, 전문가 자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제도 설계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이 과정에 긴밀히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