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가 몇 명 있는지 모른다. 어떤 질환인지 잘 알려지지 않아 정확한 진단도 어렵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 ‘갑상선안병증’이란 희귀질환 얘기다.
갑상선안병증은 자가면역 반응으로 안와 조직에 염증과 부종을 일으켜 환자의 외모와 시력, 삶의 질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진단과 치료 모두 제한적이다. 국내 상황에 맞는 진료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새로운 치료 옵션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규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갑상선안병증은 경증이면 안구건조증부터 시작해 눈꺼풀 이상, 부종,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중증이면 복시나 안구돌출 등이 발생해 심한 경우엔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며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갑상선안병증은 갑상선질환과 연관돼 눈에 이상 증상이 생기는 질환을 통칭해 말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많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재 국내에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갑상선항진증 환자의 10~50%에서 갑상선안병증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질병 코드(갑상선 이상으로 인한 안구돌출)로 최근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연간 발생 환자는 4000~5000명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생소한 질환이다 보니 의사가 ‘사시’나 ‘눈꺼풀 이상’ 등 다른 질병 코드로 입력할 수 있어서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갑상선안병증의 문제점은 초기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실제 갑상선안병증은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내과·안과 1차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못 받는 경우가 꽤 있다”며 “환자도 갑상선안병증 초기에 병을 자각하지 못할 수 있다. 눈이 퉁퉁 붓거나 눈곱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하는 등의 초기 증상을 갑상선안병증으로 의심하기보다는 수면 부족이나 컨디션 난조 때문이라고 넘겨짚어 정확한 진단을 놓치는 사례를 여럿 보았다”고 말했다.
갑상선안병증은 신체적 불편함이 상당하지만,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갑상선안병증에 걸리면 눈 모양을 크게 바꿔놓다 보니 여성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며 “초기엔 눈과 관련된 불편감, 외모 변화로 인한 미용상의 문제 등을 겪지만,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돌출된 눈 때문에 눈꺼풀이 잘 감기지 않아 통증과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능 이상이 생기게 되면 치료 이후에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남는 만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다. 현재 스테로이드제나 항체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재발과 부작용 문제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3~4개월가량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약하는 것이 그동안 갑상선안병증 표준 치료에 써온 방법이었다”며 “미국과 유럽 등에선 새로운 치료 방법이 도입됐는데 국내에는 아직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치료제가 없어 곤욕을 겪는 건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현재 쓸 수 있는 약들이 갑상선안병증에 100%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진료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치료 경과를 계속 모니터링 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또 갑상선안병증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 않고 증상이 고정되는 시점이 있는데, 그 시점에 이르러서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의사로선 환자가 언제 상태가 악화할지 예측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인데 갑상선안병증은 진행성 질환이다 보니 이를 예측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라며 “다만 갑상선안병증의 위험인자라고 알려진 몇 가지 요인들에 관해선 현재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상현장의 가장 큰 요구는 하루빨리 효과적인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다. 갑상선안병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고, 해외에서 면역체계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쓰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요구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갑상선안병증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암젠의 ‘테페자’(IGF-1R 억제제)가 유일하다. 이 교수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빠르게 도입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치료 가이드라인 정립도 시급한 과제다. 이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에선 갑상선안병증이 오랜 기간 연구된 질환이라 진료 가이드라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유럽의 경우엔 4~5년 주기로 갑상선안병증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된다”면서 “반가운 점은 유관 학회에서 국내 상황에 맞는 갑상선안병증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는 것으로, 올해 중 배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갑상선안병증 치료에 대한 지식이 널리 공유되면 진단은 확실히 더 쉬워질 것”이라며 “환자마다 치료 경과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라고 당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