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연금처럼 쓴다…유동화 제도 전 생보사로 확대

사망보험금, 연금처럼 쓴다…유동화 제도 전 생보사로 확대

기사승인 2026-01-02 16:53:44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한화생명 고객센터를 찾아 담당 직원으로부터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미현 기자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이나 생활자금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됐다. 고령화로 노후 소득 공백 문제가 커지는 가운데, 사망 보장에 집중돼 있던 종신보험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내 생명보험사 19곳 모두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 취급에 나섰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 계약자가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되던 보험금의 일부를 생전에 필요한 시점에 앞당겨 받거나, 연금 형태로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이후 지난달 초 동양생명이, 같은 달 15일 DB생명이 특약을 출시하며 참여 대열에 합류했다.

유동화 대상 계약은 약 60만건으로, 가입금액 기준 약 25조6000억원 규모다. 해당 계약을 보유한 소비자에게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통해 개별 안내가 이뤄진다. 제도는 과거 판매된 종신보험과 신규 상품 모두에 적용된다. 신청 가능 연령은 만 55세 이상이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 구간의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동화는 일시 중단이나 재신청이 가능하고, 지급 비율과 지급 구간도 계약자가 선택할 수 있다. 개인의 재무 상황에 맞춰 설계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둔 것이 특징이다. 유동화를 통해 지급되는 총액은 납입 보험료의 100%를 초과하도록 설계돼 있다.

제도 초기에는 현장 혼선을 고려해 대면 고객센터와 영업점을 통한 신청만 허용했지만, 보험사별 준비 상황에 따라 비대면 신청도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한화생명은 이날 업계 최초로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오픈했다. 고객은 모바일 화상 통화를 통해 본인 확인부터 서류 작성까지 전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고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신청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신청 1200건 돌파…유동화 조건 따라 수령액·보장 수준 달라져

지난해 10월 30일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12월 15일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는 총 1262건이다. 지급된 금액은 57억5000만원으로, 1건당 평균 유동화 금액은 약 45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7만9000원 수준이다. 제도 적용 대상 생명보험사가 늘어나면서 유동화 신청 규모도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청자의 평균 연령은 65.3세였다. 계약자가 선택한 평균 유동화 비율은 약 89.4%로 나타났고, 연금 지급 기간은 평균 7.8년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소액의 보험금이라도 유동화 비율을 높이고 지급 기간을 짧게 설정해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주요 보험사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망보험금 유동화와 같은 방식의 보험 활용 노후 대비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도화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 이후 가족에게 전달되는 용도에 더해 생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종신보험의 실용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검토할 때는 유동화 기간과 전환 비율에 따른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동화 기간이 짧을 경우 복리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월 받는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또 전환 비율이 낮으면 유동화 금액이 적어지고, 과도하게 높을 경우 사후에 유족에게 남는 종신보험의 보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