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이티·트리거’ 대신…2026년엔 ‘다듬은 말’부터

‘오제이티·트리거’ 대신…2026년엔 ‘다듬은 말’부터

외래어 남용에 커지는 불편…정부가 권장한 쉬운 우리말은

기사승인 2026-01-04 06:00:08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캡처

외래어·외국어를 남용하면 정보 소외와 비효율적 의사소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권장된 우리말 사례를 되짚으며, 새해를 맞아 언어 사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제이티 교육자료 공유 부탁드려요’, ‘오제이티 급여 나오나요?’

2일 인터넷 검색창에 오제이티(One the Job Training·현장 실무 교육)를 입력하자 관련 글이 잇따라 나타났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처음 듣는 표현인데 무엇의 약자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발표한 ‘다듬은 말’은 총 96개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만 의미가 낯선 외래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 제시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책 추천(북 큐레이션)’ △‘업무 중단(셧다운)’ △‘신예(라이징 스타)’ △‘핵심 정리문(팩트 시트)’ 등 15개 표현이 소개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일시 수요 정체(캐즘)’ △‘실물 인공지능(피지컬 에이아이)’ △‘전략적 허세(블러핑)’ △‘책 만남(북 토크)’ 등 10개가, 10월엔 △‘폭염 물가 상승(히트플레이션)’ △‘교류 모임(미트업)’ △‘기폭제(트리거)’ △‘협력체(얼라이언스)’ △‘창업 초기 지원(인큐베이팅)’ 등 12개가 공개됐다.

이 밖에도 △‘증거 열람 제도(디스커버리 제도)’ △‘재생에너지 백(알이 백)’ △‘집중 교육(부트 캠프)’ △‘고급 식사(파인 다이닝)’ △‘부정 접촉(탬퍼링)’ △‘자국 인공지능(소버린 에이아이)’ △‘반려동물 장애물 경주(어질리티)’ △‘프로젝트 자금 조달(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분야의 대체 표현 59개가 제시됐다.

다듬은 말은 언론계·학계·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새말모임’에서 후보안을 도출한 뒤, 전국 만 15세 이상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수용도 조사와 국어심의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선정된 우리말을 누리소통망(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홍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어 사용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은 적지 않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한글과 한국어의 슬기로운 사용을 위한 외국어 사용법’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외국어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에서 쉬운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응답은 70%에 달했으며, 그 이유로는 정보 격차 해소와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장 많이 꼽혔다.

쉬운 우리말 사용의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2021년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어려운 공공언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꿀 경우 연간 약 3400억원의 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미 우리말로 충분히 기능하는 표현을 굳이 외래어로 쓸 이유는 없다”며 우리말 사용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어 “단 무리하게 외래어를 배제하기보다 원어와 대체어가 함께 경쟁하도록 두고, 공적 영역에서 우리말 사용을 우선 권장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