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지난해 화장품 수출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수요 확대와 시장 다변화 속에서 외형 성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2026년을 기점으로 K-뷰티의 성장 방식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형 확대 이후 경쟁의 초점이 기술·브랜드·현지화 역량 등으로 세분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약 16조5000억원)로 전년(102억달러, 약 14조8000억원) 대비 12.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화장품은 주요 유망 수출 품목 가운데서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화장품 수출액이 10억7000만달러(약 1조55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2.3% 늘며 단일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 연말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전체 화장품 수출액의 22.5%를 차지하며 K-뷰티의 최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전년 대비 미국 수출액은 약 45% 증가한 반면, 중국 수출액은 15% 감소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중국 중심의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를 축으로 한 수출처 다변화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러한 글로벌 K-뷰티 수출 시장은 중장기적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TM(Global To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K-뷰티 수출 시장은 2025년 이후 연평균 한 자릿수 중후반대 성장률(CAGR)을 기록하며 2035년까지 꾸준한 확대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GTM은 향후 성장이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프리미엄 스킨케어, 기능성 화장품, 더마·클린 뷰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GTM은 이러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기술 기반 차별화 △현지 규제 대응 역량 △브랜드 신뢰도 구축을 제시했다. 단기 유행이나 가격 경쟁에 의존한 기존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며, AI 기반 피부 분석과 데이터 축적을 통한 개인화 전략, 현지 유통 파트너십 강화 여부가 중장기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뷰티 기업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신년 경영 전략에 녹이려는 모습이다.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은 신년사에서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 된 시대”라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움직이던 K-뷰티 시장이 이제는 다수의 브랜드가 각자의 방향으로 경쟁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진단하며,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뷰티·헬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LG생활건강은 이를 위해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고객 경험 혁신, 고성장 지역 집중 육성, 수익성 구조 재조정 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더마·네오뷰티 등 세부 영역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회장이자 한국화장품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서경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K-뷰티는 미국과 중국, 동남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 중동 등으로 저변을 넓히며 단기 유행이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성장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출 확대뿐만 아니라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춘 혁신적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이날부터 열리는 CES 2026에서 뷰티테크 분야 혁신상을 수상한 ‘스킨사이트(Skinsight)’ 기술을 선보인다. 해당 기술은 매사추세츠공대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된 것으로, 피부 노화 원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인별 맞춤 솔루션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다. 피부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화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연구·개발(R&D) 중심의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뷰티업계에서는 올해가 K-뷰티의 ‘양적 성장 이후 국면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외형 확대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기술 내재화와 브랜드 자산 축적,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어떤 구조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2026년은 K-뷰티의 체력이 본격적으로 평가받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