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노리는 ‘한-독’…패키징 외교 경쟁 맞불 본격화

‘60조’ 캐나다 잠수함 노리는 ‘한-독’…패키징 외교 경쟁 맞불 본격화

기사승인 2026-01-06 06:00:09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0월30일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캐나다 순찰 잠수함 사업(CPSP)의 최종 제안서 제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한국과 독일의 수주 경쟁이 단순한 성능 대결을 넘어 ‘패키징 외교 경쟁’으로 심화하고 있다. 총사업비 약 60조원(약 600억 캐나다 달러)에 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상대국에 파격적인 경제적·산업적 혜택을 제공하는 ‘절충교역(Offset)’이 승패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현대자동차 공장 투자 등 제조업 기반의 산업 협력을 무기로 독일의 파상공세에 맞서고 있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발주와 연계해 현대차의 자국 내 공장 건설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충돌 속에서 제조업 기반 확충이 절실해진 캐나다의 요구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완성차 제조 역량이 맞물린 전략적 딜을 캐나다 측에서 먼저 제안한 셈이다.

이러한 ‘제조업 공급망 동맹’ 전례는 지난 2022년 UAE(아랍에미리트) 천궁-II 수출 성공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한국은 무기 판매와 함께 수소·블루 암모니아 협력을 패키지로 묶어 ‘에너지 안보 동맹’을 구축하며 중동 시장을 뚫어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캐나다 건 역시 성공한다면 상대국이 가장 가려워하는 지점을 긁어주는 ‘국가 발전 파트너십’ 모델의 확장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현지 생산을 넘어선 고도화된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기일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은 “기존의 기술 이전 수준을 넘어 공장 설계, 설비, 제조 노하우까지 전수하는 일종의 ‘플랜트 수출’ 방식인 ‘패키지 딜 2.0’이 필요하다”며 “방산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이 독보적인 강점을 가진 전 산업 분야에서 시설과 설비까지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의 공세 역시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독일은 캐나다와 역사적·문화적 유대감을 공유할 뿐 아니라 유로 공동체(EU)의 막강한 자금력과 자국산 무기 역수입 제안을 앞세워 캐나다에게 달콤한 제안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는 자국 해군에 1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전투관리체계(CMS) 도입을 약속하며 실질적인 일감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이 가진 ‘유럽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특히 독일은 이번 6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자국의 안보 역량까지 공유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자국 해군용으로 건조 중인 최신형 잠수함(Type 212CD)의 인도 순번을 캐나다에 양보하는 ‘갭필러(Gap Filler)’ 제안을 공식화했다. 이는 노후 잠수함 교체가 시급한 캐나다의 전력 공백을 즉각적으로 메워줄 수 있는, 기술적으로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라는 평가다.

산업적 공세 또한 치밀하다. 독일은 자국 대표 기업인 폭스바겐(Volkswagen)의 캐나다 온타리오주 대규모 배터리 기가팩토리 설립을 확정 짓고 최근 본관 건설에 착수하며 캐나다의 경제 활성화 의지에 화답했다. 이어 지난해 12월18일에는 퀘벡 지역의 정밀 제조 기업인 마멘(Marmen)과 잠수함 선체 현지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캐나다 내 정치적 영향력이 큰 퀘벡주의 지지까지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캐나다가 비(非)EU 국가 중 처음으로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인 ‘유럽안보행동(SAFE)’에 가입한 점도 우리에게 불리한 요소다. 독일은 약 256조원(1500억 유로) 규모의 SAFE 기금을 절충교역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 기조와 맞물려 한국의 입지를 압박하고 있다. K-방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수출 활로가 확대된 상황이지만, 수출 본격화 시점이 상대적으로 짧고 전체 교역량 대비 비중이 아직은 낮다는 점 역시 독일의 견고한 동맹 네트워크를 뛰어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임한규 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전무이사는 지난해 9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단순한 획득 비용 경쟁을 넘어, 기업 경쟁력 뿐 아니라 범정부와 대통령실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각 부처와 대통령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캐나다가 원하는 기술적, 경제적, 전략적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제안을 해야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수주전은 단순한 무기 세일즈를 넘어 상대국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요소까지 파고드는 ‘고도의 외교전’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기일 소장은 “K-방산은 자체 교역량 대비 방산 비중이 0.02%로 여전히 낮고, 성장 가도에 들어선 지 불과 몇 년 밖에 안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과열된 낙관론보다는 점진적 성장을 이뤄낼 ‘경제·안보 생태계’ 관련 냉철한 분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