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없어”vs“검증 끝나”…난임치료 두고 의료계·한의계 충돌

“과학적 근거 없어”vs“검증 끝나”…난임치료 두고 의료계·한의계 충돌

의료계, 난임치료 지원사업 전면 중단 촉구
한의계, 학술적 근거와 임상 성과 축적 주장

기사승인 2026-01-06 10:45:17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한의 난임치료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가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으나 한의계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제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의 난임치료를 건강보험 급여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의견이 엇갈리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한의 난임치료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여부다.

의료계는 한의 난임치료 확대를 막기 위해 최근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검증 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난임치료에 대해 “부부의 건강과 생명, 태아의 안전과 직결된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영역”이라며 “그럼에도 과학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한방 난임치료를 국가가 지원하거나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앞서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지자체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결과를 들어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한약재의 독성과 태아 기형 유발 가능성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4473명이 참여했던 지자체 한방 난임 사업 103건의 임상적 임신율은 12.5%로 동일 기간 자연 임신율(25% 이상)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난임치료에서 사용되는 다수의 한약 처방에는 태아 기형, 유산, 장기 독성 위험이 지적된 약재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정부가 주관해 의료계·한의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해 그 유효성·안전성을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 난임치료의 효과와 전문성이 임상적으로 충분히 검증됐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지난 5일 입장을 내고 “한의약 난임치료는 학술적·임상적 전문성과 성공률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만큼 정부는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등 의료계 단체 주장에 관해선 “과학적 근거를 외면한 채 한의약을 폄훼하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의 난임치료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에 따르면 이 지침에서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에 대한 한약 치료는 근거 수준 B(Moderate)등급으로 평가됐다. 보조생식술을 받은 여성의 경우 침 치료는 A(High)등급, 전침·뜸·한약은 모두 B등급을 받았다.

한의협은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대두된 상황에서 이미 학술적 근거와 임상 성과가 축적된 한의약 난임치료를 외면하는 것은 정책적 책임 회피”라며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를 떠나 과학적 근거와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