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위사업청은 지난 2년 가까이 표류했던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식을 ‘경쟁입찰’로 결정하였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이례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적법성이었고, 경쟁입찰이 가진 상대적 우위는 공정성과 예산 절감 효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체 간 공동설계에 대해선 “사업 추진 간에 추가적인 담합 요소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리스크가 있어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방사청의 설명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국내 방위 산업 육성을 위해 시급한 전향적인 결정에 따른 정책적 부담을 방사청이 스스로 회피하였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설계 방안 등이 서로 다른 정책적·정무적 고려 요소가 있지만 모든 방안은 적법한 결정이다. 만약 어느 하나의 방안이 적법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2년 가까이 3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를 거듭한 것은 방사청이 책무를 내버려둔 것이다. 방사청의 설명처럼 ‘담합 발생 여지’라는 확정되지 않은 사업 리스크, 즉 방사청의 사업 위기관리 능력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불확실한 요소 때문에 공동설계 추진에 따른 다양한 기대 효과들이 평가절하되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사청이 방위산업을 새로운 국가 신성장 및 수출 동력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도전적 과업 수행을 주저한다면 ‘방사청의 발전적 해편(解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둘째, KDDX 사업 추진에 있어 경쟁 업체 간 공동 설계 방안을 모색한 것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 전력화 시기 단축,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해 방사청이 2024년 8월쯤 최초 시도한 것이다. 방사청은 2025년 2월 KDDX 사업 방식에 대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공방이 극에 달했을 때 느닷없이 함정 수출 ‘원팀’ 협력 강화를 위해 두 업체 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성사했다. 당시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 수주 실패 원인으로 경쟁국이었던 독일.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원팀 구성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런데 비교적 사업 위기관리가 쉬운 국내 사업에서도 업체 간 협력 경험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기업에 전략적 경쟁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셋째, 경쟁입찰 추진으로 전력화 시기가 지연되고 비용이 상승하게 되리라는 것은 그간 추진된 함정 사업들의 사례를 보았을 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이다. 수의계약 혹은 공동설계의 경우는 사업 수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업체가 선제적으로 다양한 위기 요소를 관리할 수 있지만, 수주 여부를 예단할 수 없는 경쟁계약의 경우에는 ∆가스터빈 등 주요 탑재장비 확보, ∆기본설계 수정 및 보완, ∆전(全)전기추진체계 연동 성능 검증 등의 위기 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지연에 따른 전력화 시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우려들이 현실화할 경우 방사청은 사업 관리의 편이성을 선택하여 자초한 지체상금 발생 등의 기회비용을 업체에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넷째,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과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연이어 실패하였고 그 교훈은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는 잠수함과 같은 전략 무기체계 해외 사업을 수주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단일 무기체계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KDDX 사업이 공동설계로 추진되었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정부 주도로 성사된 원팀 경쟁력을 국내외적으로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한 한국과 독일 업체 간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 상호 관세 충돌로 인해 자국 자동차 제조 기반 확충이라는 ‘패키지딜’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업에 있어 사업 위기를 우려하는 방사청이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해 국내 기업들의 역량을 집약시키겠다는 주장은 자기모순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유럽, 중동, 그리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 관계 심화 및 지속으로 역대급 방위산업 호황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동시에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글로벌 방위산업 경쟁 체제의 페러다임이 급박하게 전환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가 과거 정부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기체계의 통상적인 총수명 주기가 20~30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위법성이 아닌 적법성 공방으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한시라도 지체되어선 안 된다.
박진호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