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KAIST '전고체 배터리' 성능 4배 향상

[쿠키과학] KAIST '전고체 배터리' 성능 4배 향상

이가음이온 활용 ‘프레임워크 조절 메커니즘’ 규명
지르코늄 기반 저비용 전해질로 상온 이온전도도 증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 상용화 앞당길 핵심 설계원리 제시

기사승인 2026-01-07 09:32:29
전고체 전지를 위한 고체전해질 원자 재배열. KAIST

KAIST가 값비싼 희귀 금속을 추가하지 않고 전해질의 원자 구조를 비틀고 조절하는 설계기술만으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을 4배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서동화 교수팀은 서울대 정성균 교수, 연세대 정윤석 교수, 동국대 남경완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저비용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이온 전도도가 탁월한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 설계 원리를 규명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기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체를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으로 등장했지만, 고체의 빽빽한 구조 탓에 리튬이온이 잘 이동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싼 희토류를 섞거나 복잡한 공정이 적용되면서 배터리 가격을 높여 상용화를 가로막았다.

연구팀은 비싼 재료를 더하는 대신 기존 저렴한 지르코늄(Zr) 기반 할라이드 전해질의 내부 구조를 리모델링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고안한 핵심 기술은 ‘프레임워크 조절 메커니즘’이다.

이 기술은 산소와 황처럼 전하가 두 개인 이가음이온을 전해질 내부에 주입하는 것이 골자다. 

이가음이온 도입에 따른 지르코늄 기반 할라이드 전해질의 구조조절 메커니즘. KAIST

전해질을 건물이라고 가정하면 기둥(프레임워크) 사이에 산소나 황을 넣어 구조를 인위적으로 비틀거나 느슨하게 만드는 원리다. 

이렇게 하면 꽉 막혀 있던 고체 내부에 틈이 생겨 리튬이온이 지나가는 통로가 넓어져 이동을 방해하는 장벽이 낮아진다.

연구팀은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한 X-선 회절(XRD) 분석과 상관거리함수(PDF) 분석, 밀도범함수이론(DFT) 기반 시뮬레이션 등 첨단 기법을 총동원해 이 구조 변화를 원자 수준에서 입증했다.

분석결과 산소와 황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길을 텄다. 

산소를 넣으면 내부 구조에 강한 왜곡이 생겨 물리적으로 통로가 확장됐고, 황을 넣으면 층상 구조가 만들어지며 리튬이 미끄러지듯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생겼다.

성능 향상도 확인했다. 

산소를 도입한 전해질(0.8 Li₂O–ZrCl₄)의 상온 이온전도도는 1.78mS/cm, 황을 도입한 전해질(0.8 Li₂S–ZrCl₄)은 1.01mS/cm를 기록했다. 

이는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기존 전해질 대비 약 2배에서 최대 4배가량 높은 수치다. 

통상 이온전도도가 1mS/cm를 넘으면 상온에서 구동하는 실제 배터리에 즉시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연구팀이 제시한 설계전략은 지르코늄 기반뿐 아니라 다양한 전고체 전해질 시스템으로 확장 적용할 수 있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싼 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고체 배터리의 비용과 성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며 “다양한 소재로 확장이 가능해 산업적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김재승 KAIST 연구원과 한다슬 동국대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해 11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명: Divalent anion-driven framework regulation in Zr-based halide solid electrolytes for all-solid-state batteries)

(아래 왼쪽부터)KAIST서동화 교수, KAIST 김재승 연구원 (위 왼쪽부터)동국대 남경완 교수, 서울대 정성균 교수, 연세대 정윤석 교수. KAIST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