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화장품 ODM 업계의 체감 온도는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인디 뷰티 브랜드 확산에 힘입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국내 대표 ODM 기업들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소량·저마진 중심의 수주 구조가 고착되면서 ‘물량은 늘어도 이익은 남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연간 수출액은 약 114억 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화장품 수출국 순위 2위로 올라서는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업계는 이 같은 성장의 핵심 배경으로 인디 뷰티 브랜드의 약진을 꼽는다.
문제는 이 인디 브랜드 중심의 성장 흐름이 ODM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 금융·소비재팀 이가영 연구원은 코스맥스 4분기 실적 프리뷰 보고서에서 “고객사의 고수익·대량 주문 감소 영향으로 국내(별도) 매출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영업이익률도 7%대에서 5%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스맥스의 2025년 4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5%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감소가 점쳐진다.
키움증권 역시 “신규 브랜드 중심 영업 확대와 저마진 제품 비중 상승으로 국내 법인의 이익이 전년 대비 둔화될 것”이라며 “물량 증가는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적인 수익성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둔화 간 괴리는 실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콜마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830억원, 영업이익 58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영업이익은 6.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424억원으로 79% 넘게 급증했다.
다만 한국콜마의 경우 국내 사업과 스킨케어 브랜드의 해외 수출 호조로 외형 성장은 이어졌지만, 해외 법인의 수익성 부진이 이익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법인은 선케어 비수기와 저수익 제품 비중 확대 영향으로 3분기 매출이 감소하며 적자로 전환했고, 미국 법인 역시 최대 고객사 주문 감소와 공장 가동률 저하로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됐다. 캐나다 법인은 매출 정체 속에서도 적자 폭을 줄이며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코스맥스 역시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 연결 매출 5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국내 법인은 하이드로겔 마스크팩과 선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나, 인디 브랜드 고객사 확대에 따른 초기 서비스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중국과 미국 법인은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인도네시아 법인은 내수 경기 둔화와 저가 제품 확산 영향으로 부진을 겪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기업 가치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이가영 연구원은 “미국 법인은 매출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정비를 커버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해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은 “한국콜마는 글로벌 다국적 고객사(MNC) 중심의 안정적인 수주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인디 브랜드 중심의 성장 서사가 부각되는 현 국면에서는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인디 브랜드 확산이 화장품 ODM 기업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K-뷰티 수출 확대와 인디 브랜드 붐 속에서 ODM 업계는 분명 외형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지만, 현재의 성장 방식이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물량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 증가로 생산 물량 자체는 늘었지만, 과거처럼 한 브랜드가 대량의 고마진 물량을 맡기는 구조와는 확연히 다르다”며 “소량·다품종 주문이 늘어나면서 생산 효율과 마진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ODM 수주는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얼마나 싸게 만들어 달라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가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ODM 입장에서는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