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담긴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와 관련해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최근 제약바이오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전환과 장려금 지급률이 20%에서 50%로 확대될 경우 회사의 경쟁과 유통전략에 미칠 영향(복수응답)을 물었더니 설문에 참여한 59개사 중 54개사(91.5%) CEO들은 ‘비자발적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장려금 확대에 따른 요양기관의 일방적 협상력 강화 △의약품영업대행사(CSO) 활용 확대 등 영업·유통 전략 변화 등의 답변도 다수 있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고,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를 재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과 환자 부담 경감 등을 명분으로 지난 2010년 도입됐다.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정부가 정한 상한액보다 싸게 구매하면 그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형병원 쏠림과 비정상적 거래 증가, 리베이트 합법화 논란 등으로 2014년 폐지되면서 이 제도가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로 대체됐다. 이번 개편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를 다시 도입해 인센티브 지급률을 현행 장려금 제도의 10~30%에서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EO들은 원료 직접생산과 국산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을 우대하는 ‘수급 안정 가산’을 받기 위해 원료를 직접 생산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69.5%(41개사)에 달했다. ‘있다’는 답변은 25.4%(15개사)에 불과했다. 수급 안정 가산을 받기 위해 국산 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을 생산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없다’고 답한 기업이 59.3%(35개사), ‘있다’고 답한 기업은 35.6%(21개사)로 집계됐다.
‘수급 안정 가산’의 항목과 가산율의 타당성에 대해선 ‘타당하지 않다’고 답한 기업이 52.5%(31개사)로 가장 많았다. 그 이유로는 △원가 보전 불충분 △일시적 가산보다 영구적 상한금액 인상을 통한 구조적 안정 방안 필요 △비필수 의약품도 국산원료 사용 시 가산 적용 확대 검토 등을 꼽았다.
연구개발(R&D) 투자 증대 등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해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 외에 추가로 보완돼야 할 정부 지원책(주관식)에 대해선 ‘혁신형 제약기업 인정 기준 유연화’(25개사)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펀드 조성과 R&D 세액공제 확대 △제조설비·품질관리 투자 지원 △필수의약품·퇴장방지약 공급업체 우대·수급 불안정 해소 기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기업도 다수 있었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대상에 복제약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선 50개사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 이유로는 △제네릭은 이미 충분히 약가가 낮은 만큼 추가 인하는 이중규제 △복제약 사용 확대는 이미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기여 △신약만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주요국 제도와 불일치 등을 꼽았다.
혁신성 가산이 실질적 우대가 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우대가 감소할 것’이라는 답변이 49.2%(29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같이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혁신성 항목에 미해당 △가산기간 종료 후 40%대로 감소해 우대 미미 △기존 68% 가산 대상이 R&D 비율 상위 30%인 기업만으로 축소 △단기적으론 우대이나 R&D 투자 수준 변경 즉시 혜택 감소 등을 제시했다.
혁신성 우대사항의 분류 기준과 가산율의 타당성에 대해선 ‘타당하지 않다’고 답한 기업이 72.9%(43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같이 답한 기업은 그 이유로 △차등 적용 불합리 △혁신성 기준을 R&D 비율뿐 아니라 종합적 연구성과의 질(신약 파이프라인 등)로 판단 필요 등을 꼽았다.
현행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기준에 필요한 보완 사항으로는 시설투자·벤처기업 투자, 임상시험·기술이전·특허등록 건수 등을 R&D 비용 산정 기준에 포함해 달라는 의견이 나왔다. 가산 기간의 적정 기간에 대해선 ‘3+3년’이라고 답한 기업이 32.2%(19개사)로 가장 많았다.
업계는 정부 제도 추진의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7일 약업계 신년교례회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존립을 뒤흔들 수 있는 약가제도 개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일정에 맞춰 추진하기보다 산업 현장과의 협의를 거쳐 국민 보건, 산업 성장, 약가 재정 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