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맞아 한자리에 모인 의료계 인사들은 의정갈등으로 무너진 의료 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한 소통을 강조했다. 2027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의료계 단체들은 여러 변수를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을 요청했고, 정치권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8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신년하례회를 공동 주최하고, 의정 갈등 이후 한국 의료가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공유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의사 수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지난 6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현재 기준으로 의사가 배출될 경우 오는 2040년에는 최소 5015명에서 최대 1만1136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 결과를 보고했다. 보정심은 이 같은 보고를 토대로 조만간 2027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추계위가 산출한 의사 수급 추계의 합리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계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는 해외 사례와 달리, 지나치게 성급하게 결론이 도출됐다는 문제 제기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외국에서는 2년에 걸쳐 추계를 진행하지만, 우리나라는 5개월 만에 결론을 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우려된다”며 “의료는 불확실성이 크고 리스크가 높은 분야인 만큼, 해외에서는 50가지 이상의 변수를 반영해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타까운 일이지만 2년 전에 국민적 재앙으로 이어졌던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의사들이 안전한 진료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면 틀림없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복구할 수 있으니 올해가 의료 시스템 재건을 위해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회장도 “정부 기관의 단순한 추계가 아니라 지역과 전문 분야별 현실을 반영한 중장기 인력 수급 전략이 필요하다”며 “사법 리스크 완화와 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과 의대 교육 및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조성, 지역의사제 도입,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 수가 보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어려운 정책 여건 속에서도 국민이 바라고 의료계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가 발전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금이 의료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 수 있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며 “소통과 경청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여야 의원들은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의료 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의료계와 소통하며 정부와 협의해 현안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정책은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보다 천천히, 정교하게 논의하며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