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을 찾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연다. 셔틀 외교의 연장선에 놓인 일정이지만,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과거사 문제를 구체적 의제로 올리는 만큼 이번 회담이 과거사 논의를 그간의 ‘관리’ 수준에서 실질적 ‘진전’으로 옮기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조세이 탄광 조선인 유해 발굴 문제를 포함해 과거사와 관련한 인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본이 식민지 시기 조선인을 강제 동원했던 조세이 탄광은 한일 양국이 비교적 협력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 평가된다.
한일 정상 간 대화에서 과거사 문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었다. 여러 차례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갈등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의 관리가 우선됐고 구체적 사안은 공식 논의에서 제외돼 왔다.
청와대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조금이라도 진척된 입장을 이끌어내거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외교적 실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논의의 접점을 넓히고, 협력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실제로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사도광산 추모식 등 민감한 현안과 달리 조세이 탄광 유해 발굴은 인도주의적 접근이 가능해 양국 모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의제로 꼽힌다. 이를 출발점으로 과거사 전반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회담이 주목받는 또 다른 배경은 중·일 갈등의 격화다. 다카이치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본격화됐고,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공개적으로는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경제적 파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발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공급망 안정과 외교적 균형을 고려할 때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 언론도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를 부각하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회담을 양국 간 결속을 보여주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한국과의 관계 유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중·러 군사 협력, 미국의 관세 정책, 산업 구조 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한일 양국이 공동 대응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의 개인적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조세이 탄광 등 과거사 문제에서도 한일 양국이 인도적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