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는 채워지고, 마음은 이어집니다”…의령읍에 흐르는 조용한 기적

“냉장고는 채워지고, 마음은 이어집니다”…의령읍에 흐르는 조용한 기적

의령군 의령읍에 피어난 일상 속 복지…나눔냉장고·나눔빨래방 주목

기사승인 2026-01-13 10:05:48 업데이트 2026-01-13 16:18:55
의령읍에는 조금 특별한 냉장고와 빨래방이 있다. 돈이 아니라 마음으로 채워지고, 도움이 아니라 안부를 건네는 곳이다.

의령읍에서 운영 중인 ‘나눔냉장고’와 ‘나눔빨래방’은 행정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생활 속 복지 공간으로,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지탱해 주고 있다.


나눔냉장고는 2019년 문을 열었다. 지역의 기업과 단체,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주민들까지, “조금 남았는데”, “조금 더 나누고 싶어서”라는 말과 함께 하나둘 물품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냉장고는 어느새 동네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곳이 됐다.

지난해에만 약 5천 차례 이용됐다. 필요한 사람이 부담 없이 열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채워 넣고 돌아간다. 그 사이를 의령군과 의령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함께 살피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과 주민이 함께 지키는, 말 그대로 ‘마을의 냉장고’다.

매주 빠지지 않고 콩나물 5kg을 내놓는 의령콩나물 심차용 대표, 달걀 3판을 보내는 정이식농장 정이식 대표, 새송이버섯 4kg을 꾸준히 기탁하는 도담농산 정홍기 대표. 풀무원은 두부 60모를, 양돈협회 의령군지부는 돼지고기 10팩을 매주 같은 양으로 보탠다. 이렇게 10여 곳의 후원처가 ‘정기적으로’ 냉장고를 채운다.

정홍기 대표는 “지역에서 받은 신뢰를, 이웃에게 조금씩 돌려주는 거죠.”

사람만 물품을 내놓는 건 아니다. 마음도 함께 들어온다. 의령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전 회장 이동기 씨는 매달 20만원을, 전윤필 씨와 ‘의령의 봉사왕’으로 불리는 박위수 씨는 매달 10만원씩 조용히 후원하고 있다.

명절이 되면 오태완 군수가 전통시장에서 마련한 제수용품을 들고 오고, 김장철이면 주민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정성스레 포장해 가져온다. 어떤 날은 “맛있게 드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누군가 키운 채소가 이름 없이 놓여 있기도 하다.

이 작은 냉장고는 이제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질 만큼, ‘의령형 나눔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냉장고 옆에는 또 하나의 따뜻한 공간, ‘나눔빨래방’이 있다.

2021년부터 운영 중인 나눔빨래방은 대형 이불이나 겨울 이불처럼 집에서 세탁하기 어려운 빨래를 수거해 세탁하고 말려 다시 가져다주는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다. 하루 평균 1~2가구, 한 달이면 50회가량 이용된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빨래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이불을 걷어 가는 날, 다시 가져다주는 날,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는다.
“요즘은 좀 어떠세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세탁기 3대와 건조기 2대가 돌아가는 동안, 이웃의 하루도 함께 돌보고 있는 셈이다.

최용석 의령읍장은 “나눔냉장고와 나눔빨래방은 주민과 지역이 함께 한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현장입니다. 민·관이 함께하는 이 작은 실천이, 의령의 복지를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채우고, 누군가는 가져가고, 누군가는 그 사이를 묵묵히 살핀다.

의령읍의 냉장고와 빨래방은 오늘도 그렇게, 마을의 온도를 지켜내고 있다.
최일생 k7554
k7554@kukinews.com
최일생 k7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