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 추계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오는 2040년에는 1만8000명이 넘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라고 맞섰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는 13일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추계가 의료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으로 참여한 상태에서 진행됐으며, 논의 과정 또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발표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날 의협은 ‘정부 의사인력 수급 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세미나를 열고 오는 2035년 의사 인력이 최대 1만3967명, 2040년 1만7967명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35년과 2040년 각각 최대 4923명, 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란 추계위의 전망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25년 의협 의뢰로 조사한 의사 1000여명의 근무시간을 기반으로 추계했다”며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의사 생산성 6% 향상,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정책적 변화 등을 시나리오에 반영한 결과, 2035년 약 1만1757명~1만3967명, 2040년에는 약 1만4684명~1만7967명의 인력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선 “추계위가 의대 증원이란 답을 정해놓고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분과별·지역별 필요 인력에 대한 과학적 추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다” 등 추계위를 비판하는 의료계의 발언들도 쏟아졌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수급 추계 모델 결과가 시점에 따라 매우 다르고, 외국에 비해 크게 적은 변수를 넣어 추계를 급하게 진행했다”면서 “흠결이 있는 추계 결과를 통해 정책을 강행한다면 협회는 물리적 방법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 시점에서 확보 가능한 자료와 통계 원칙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라며 의협과 맞섰다. 의료 이용량 추계에 사용된 시계열 분석 기법(ARIMA)과 관련해선 ARIMA 모형의 특성을 들었다. 의협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의정 사태가 포함된 2020~2024년 자료를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데이터를 제거할 경우 예측의 정확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추계위의 판단이다. 최근 의료 이용 흐름이 사라지면 향후 의료 수요가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방향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일제 환산 방식 적용 요구에 대해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식 통계나 행정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불완전한 자료로 추계를 시도하면 오차가 커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대신 현시점에서 가장 객관적인 지표인 ‘진료비 정보’를 대리지표로 활용했다며 FTE(실제 업무 시간 기준 인력 산출) 도입은 향후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김태현 수급추계위원장은 “미래의 의료 수요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번 추계는 현재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며 “앞으로 5년 주기의 정기 추계를 통해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추계 결과를 토대로 2027년 이후 의사 인력 규모를 심의할 계획이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3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차 회의에서 제시된 심의 기준의 구체화 방안을 논의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차 회의에서 의사인력 양성 규모 심의 기준을 5가지로 논의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위기에 처한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충분한 토의를 통해 1차 회의에서 제시된 심의 기준을 한 단계 구체화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