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를 골자로 한 정부의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뤄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정부안 발표 이후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자,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나서며 조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청와대는 1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 같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중수청·공소청 법안은 입법예고 기간 동안 당과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이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 검찰개혁의 본령을 살린 최종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일 중인 이 대통령이 국내 사안과 관련해 직접 메시지를 낸 데다, 김 총리도 정부안의 조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배경에는 검찰개혁안을 둘러싼 여권 내부 반발이 당초 예상보다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청 간 이견이 ‘당청 균열’ 국면으로 비화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전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고, 공소청 검사의 ‘범죄 수사 및 개시’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청법만 시행될 경우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구조라는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여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개혁을 좌초시키는 함정” “중수청이 또 하나의 괴물을 만들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은 이날 긴급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입법예고를 접한 국민들이 분노와 실망을 표출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체된 개혁은 논란만 일으킬 뿐 결코 개혁이 아니다. 보완수사권이든 보완수사요구권이든 어떤 명분으로도 수사권을 검찰에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는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철칙”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이 밖에도 “중수청 이원화는 검찰개혁 완성을 바라는 국민 열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이자 검사의 비대한 권한을 간판만 바꿔 유지하려는 편법”(전현희 의원), “현재 공개된 일부 구상처럼 검사 권한을 명찰만 바꿔 달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개혁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한준호 의원).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말은 안타깝지만 틀리다”(박주민 의원)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공감하며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정부안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 정부 법안은 민주당에서 충분히 토론해 수사·기소 분리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며 “입법의 최종 권한과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대통령과 조율했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본지에 “이번 정부안은 또 하나의 검찰 특수부를 만드는 데 그친다”며 “기존 검찰의 ‘간판 갈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구조라면 역량 있는 수사 인력이 중수청으로 이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의원 발의안과 병합하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수정·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이달 말 국회 제출, 2월 국회 처리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