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팔레비 왕조(1925~1979)의 마지막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가 이란의 현실을 북한에 빗대며 신정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18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레자 팔레비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지금쯤 중동의 한국이 됐어야 했지만 북한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미래 비전을 묻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반도를 언급하며, 현 체제가 이란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슬람 혁명 당시) 이란은 한국보다 5배 높은 GDP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란은 북한이 됐다”며 “인적 자원이나 자연 자원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 민생을 박탈하고 국가와 자원을 착취며 배를 굶기는 정권, 극단적인 테러 그룹과 지역 안팎의 간첩을 지원하는 정권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화 정책으로 정권 붕괴가 늦춰졌기에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팔레비는 이전 인터뷰에서도 이란 신정 체제를 비판하며 북한을 권위주의 정권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해왔다. 2023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란은 번영하고 있었다. 만약 혁명이 없었더라면 이란은 중동에서 적어도 한국과 같은 위상을 지녔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북한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란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하나로 결집할 뚜렷한 야권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레자 팔레비는 사실상 유일한 상징적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최근 수주간 경제난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했다. 시위는 당국의 실탄 사용과 대규모 병력 투입 등 강경 진압 속에 최근 들어 잦아드는 모습이지만, 희생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시위로 최소 3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사망자를 최소 3428명으로 집계했으며,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 역시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이란에서 발생한 시위 가운데 가장 큰 희생 규모다.
전문가들은 시위가 일시적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갔을 뿐, 경제난과 체제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언제든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