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의사 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에만 매몰돼 의과대학 교육 현장과 위기에 봉착한 지역·필수의료를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대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늘려도 10년 뒤에나 배출되는 신규 의사를 기다리기보다 현재 있는 인력을 잘 관리·운영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병기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총무이사(충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22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의사인력 양성 관련 토론회’에서 “충북의대는 원래 정원이 50명인데 24·25학번이 합쳐지면서 175명이 됐다. 반면 강의, 수업, 지도 인프라는 준비되지 않다보니 반을 쪼개고 두 번씩 강의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의대 증원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의정 갈등에 따른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의대 24학번과 25학번 60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더블링’ 상황 속에서 또 의대 정원을 늘리기보다 현재 의대 교육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총무이사는 “지역 의사로서 보면 교수와 지역 병원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교수 공고를 내도 필수의료과가 아닌 비필수의료만 구해진다”며 “증원된 인력이 잘 트레이닝 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점진적이고 단계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희 한국의학교육학회 학술이사도 “어느 의대는 50명을 교육할 재정밖에 없는데 130명을 가르쳐야 한다”면서 또 정원을 늘리면 학생들의 교육이 어렵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학술이사는 “(학생 포화로) 여러 번에 걸쳐 교육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교수는 임상 교수로 진료 압박을 받게 되고, 임상실습 교육은 소그룹으로밖에 못 한다”며 “대형으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의사 증원안으로 늘어날 의사들은 10년 뒤에나 현장에 투입될 인력”이라며 중증 질환자들은 이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의사 인력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계속 수치만 발표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묻고 싶다. 그 숫자가 오늘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를 살릴 수 있나”라며 “중증 질환자들에게 의료는 통계가 아니다. 환자에게 의료는 ‘오늘 살 수 있느냐’, ‘치료받을 수 있느냐’ 이런 문제들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의사 숫자가 아니라 의료의 질이다. 의료의 질이란 필요할 때 치료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고, 지역에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의료 자원과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을 말한다”며 “중증 질환자에게 10년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결코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응급 수술을 못 받아 생명이 위협받는 환자가 있고, 항암 치료 일정이 밀려 예우가 나빠지는 환자도 있으며, 지역에선 병원이 없어 수도권을 떠돌아다니는 낭인 환자들이 부지기수다”라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보다 당장의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 부족 규모는 1만 명 이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는 최소치가 마치 최대 기준인 것처럼 발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오는 2035년 1535~4923명, 2040년 5704~1만113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수급 추계 결과는 불과 일주일 만에 뒤바뀌며 2040년 의사 인력 부족 하한이 5704명에서 5015명으로 700명가량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2037년 기준 국내 부족한 의사 인력 규모를 최소 2530명에서 최대 4800명 수준으로 조정했다. 현재 운영 중인 비(非)서울권 의대 32곳의 5년간 증원 규모는 1930~4200명 선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6가지 추계 모델에 따라 오는 2037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의사 수가 △2530명 △2992명 △3068명 △4262명 △4724명 △4800명 등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5년간 의사 부족수를 단순하게 5로 나누면 연간 386~840명 정도의 의사 인력이 추가로 배출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 회장은 “이 숫자는 과연 누구를 위한 숫자인가. 환자를 위한 숫자인가 아니면 의료계의 눈치를 보기 위한 숫자인가”라며 “환자의 생명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중증 질환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지금 당장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인력과 그 구조다”라고 피력했다.
정부는 오는 29일 의료혁신위원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한 뒤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늦어도 2월10일까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별 증원분 배분은 복지부와 교육부가 진행한다. 각 대학은 정원 조정에 대한 학칙 개정을 거쳐 4월 말까지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변경된 2027학년도 모집인원을 제출해야 한다. 5월 말에는 이러한 사항이 모두 반영된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된다.
이형훈 복지부 차관은 “오늘 토론회 논의 내용은 다음 주 보정심에 보고해 2027학년도 이후 의사 인력 양성 규모 논의 시 위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보고할 예정”이라며 “정부는 의사 인력 양성 규모 결정이 모든 문제 해결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고, 의료체계 공공성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적 혁신 방안을 만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