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면 검찰이 순응할 거란 기대는 오해”…보완수사권 강경 반대론

“타협하면 검찰이 순응할 거란 기대는 오해”…보완수사권 강경 반대론

박은정 주최 토론회서 학계·법조계 한목소리…여권 내부 ‘예외론’과 대비

기사승인 2026-01-23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검찰청 폐지 후속 입법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둘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격화하고 있다. 여권 강경파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보완수사권 존치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 당내 논의도 다시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개혁 입법 전반을 논의했으나,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의총 뒤 “의원 15명이 의견을 개진했고, 보완수사권에 대해 찬반 의견이 모두 나왔다”며 “대통령이 언급한 ‘예외적 보완수사권’ 취지에 따라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보완수사권’이라는 명칭과 구조 자체를 경계하는 기류도 적지 않았다. 권한은 최소화하되, 사실 확인을 위한 별도의 장치를 두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김 수석부대표는 “보완수사권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사실을 확인하거나, ‘보완수사 요구권’ 형태로 설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한 ‘검찰개혁 토론회’에서는 보완수사권 존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보완수사권 존치가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흔들 수 있다며, 원칙론자들에게 힘을 실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은정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검찰개혁은 권한을 조금 남겨두는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구조를 끊어내는 문제”라며 “보완수사권이라는 이름으로 수사 권한을 다시 열어주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취지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검찰 권한을 제도적으로 분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며 “이번 입법 과정에서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은정 의원실 제공 

발제자로 나선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검찰의 ‘수사 역량 우위론’ 자체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접수하는 사건 수가 연간 약 300만 건인 데 비해 기소는 약 60만 건에 그치고, 무죄율이 1% 미만이라는 점은 법원의 검찰 통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 비중은 전체의 0.8%에 불과하고, 마약사범 검거 역시 85%가 경찰 몫”이라며 “검찰이 직접수사를 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날 대통령의 ‘공소시효 임박 사건’ 발언도 전제부터 되짚었다. 그는 “공소시효 직전에 송치되는 사건을 이유로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일부 맞을 수 있다”면서도 “왜 공소시효가 임박하도록 방치됐는지에 대한 점검이 먼저”라고 말했다. 이어 “검·경이 공소시효 임박 사건을 별도 명부로 관리하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문제”라며 “이틀 전에 송치되는 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검찰개혁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했다.

김 교수는 검찰개혁의 ‘헌법 장벽’으로 자주 거론되는 논리도 반박했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헌법 12조 3항·16조)에 대해 그는 “조문에는 체포·압수수색을 ‘하는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이를 근거로 검사가 강제수사의 주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은 오히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에 대해 법률가가 통제하도록 한 규정으로 읽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헌법 89조에 ‘검찰총장’이 명시돼 있다는 이유로 검찰청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89조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견제하기 위한 절차적 조항일 뿐, 조직 설치를 규정한 조항이 아니다”라며 “검찰총장과 대검찰청은 검찰청법에 근거한 법률상 기관인 만큼, 국회가 검찰청법을 폐지·개정하면 직위 역시 소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로 ‘검찰개혁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검찰청 폐지 후속 입법과 공소청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두고 학계·법조계 전문가들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은정 의원실 제공 

“타협하면 검찰이 순응할 것이란 기대는 오해”

다른 발언자들도 보완수사권의 완전 폐지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들은 “예외를 두는 순간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제도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며 공소청 권한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윤동호 국민대 교수는 “보완수사권 존치 논리의 이면에는 검찰 조직의 인력·예산·위상 유지 논리가 깔려 있다”며 “공소청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출발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도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것은 과거 검찰 체계의 연장선”이라며 “검찰이 수사 단계에 다시 발을 들이면 사건 선별과 확대 수사 등 과거의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주영 변호사(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는 “보완수사권은 명칭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직접수사권과 다르지 않다”며 “검찰권 남용의 통로를 다시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서보학 경희대 교수는 토론을 정리하며 “‘검찰 편을 조금 들어주면 검찰이 내 편이 돼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한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권한을 일부 남겨두거나 예외를 열어준다고 해서 검찰이 제도 취지에 순응하거나 스스로 절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수사·기소 분리는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로 완성돼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외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피해자 보호가 동시에 작동하는 형사사법 구조를 법과 제도로 분명히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