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LS그룹이 각각 인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을 계획 중인 가운데, 주주 마음을 잡을 유인책을 먼저 제안하고 나섰다. 과거 대비 주주의 목소리가 경영 및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개인 주주 대상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발표한 인적분할의 목적과 향후 기업 비전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공유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주)한화에 방산, 조선·해양, 에너지, 금융 부문이 속하는 존속법인을, 신설법인(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 테크 및 라이프 부문이 포함된 인적분할을 실시,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7월 중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 측은 이번 인적분할로 그동안 기업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통한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가 핵심 목적”이라며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사업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각 사업군별 전략 및 투자 최적화로 시장 재평가를 유도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화는 이번 인적분할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거듭 강조했다. 임직원 성과보상분 제외 자사주 445만주 전량 소각과 최소 주당 배당금(DPS) 1000원(보통주 기준) 설정 등 인적분할 발표 당시 내놨던 주주환원정책 실행 의지를 재차 밝히고, 향후 자회사 성장 상황 등을 고려해 지속적인 배당 확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시기, LS그룹은 특수권선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추진하며 지난해 11월에 이어 다음 주 주주·투자자 대상 2차 설명회를 진행,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전기차 구동모터용 고출력 특수 권선을 생산, 현재 테슬라와 토요타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2008년 LS그룹이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한 미스 나스닥 상장사 ‘슈페리어 에식스’가 모태다. 당시 나스닥 상장폐지를 통해 지분 100%를 확보한 뒤 글로벌 전선·권선 시장에서 입지를 쌓아오다, 2024년 후루카와 전기의 마그넷 와이어 사업 지분을 전량 인수해 권선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며 에식스솔루션즈를 출범했다.
LS그룹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증가 및 미국 내 변압기 교체 시기 도래 등에 따라 에식스솔루션즈가 슈퍼사이클을 맞아 주문이 급증해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4~5년을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제조시설 확충을 위해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적기(골든타임)에 놓여 있고, 그 방법이 상장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LS그룹은 국내 최초로 일반 공모 청약과 더불어 (주)LS 주주에게만 별도로 공모주와 동일한 주식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새로운 주주친화정책을 제안했다. 다음 주 2차 설명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설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8월 밝힌 자사주 100만주(전체의 3.1% 규모) 소각을 올해 1분기 중 마무리(50만주 추가 소각)하겠다고 강조했으며, ROE(자기자본이익률)를 2024년 말 기준 5.1%에서 8%로 끌어올리고, 2030년까지 배당금을 현재의 3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처럼 기업들이 조직을 재편하거나 IPO 하는 과정에서 주주에게 전례 없는 제안을 하거나, 소통 창구를 만드는 데에는 과거 대비 주주의 지위와 역할이 어느 정도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순히 오프라인 주주 설명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온라인 공간을 통해 회사의 상황과 주주의 입장이 시장에 더욱 크고 넓게 알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소액주주가 집단화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형태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ACT)는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에 반대를 표하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불승인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선 신중론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찬진 원장은 앞서 8년간 국민연금에 몸담으며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목소리를 내온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정보와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고, 여러 기업 또는 여러 국가와 비교가 가능하게 되면서 주주의 수준과 눈높이도 상향돼 왔다”며 “기업에서 단순히 일회성 주주친화정책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와 투자를 얻을 수 있는 세부적인 주주 대상 정책을 수립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