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도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광역 행정통합을 전담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제도 설계와 재정 지원 논의에 착수하자 통합 논의 발걸음은 더 빨라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충남·대전이 스타트했고, 전남·광주가 우리도 하겠다고 나섰다”며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도 한다고 하니 너무 많이 할까 걱정이다”고 말할 정도로 광역자치단체들의 행정통합 추진 움직임이 가속도를 붙고 있다.
이 대통령은 “광역 통합을 발판 삼아 수도권 1극 체제였던 대한민국의 국토는 지방 주도 성장을 이끌 5극 3특 체제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대원칙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통해 구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역기능과 급격한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광역 지자체들의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북에서도 전주·완주뿐 아니라 여러 기초지자체를 통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역 간 논쟁이 치열한 전주·완주 통합 논의에 이어 가장 주목받는 곳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지역 통합이다. 소위 ‘새만금 특례시’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기도 한 상황이다.
최근 군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박정희 전북도의원이 군산·김제·부안의 행정통합을 제안하면서 공론화됐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체제에 대응하고 새만금 개발 과정에서 반복돼 온 관할권 갈등을 해소하려면 행정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며 군산을 산업 거점, 김제를 통합시청을 중심으로 한 행정 타운, 부안을 문화·관광 거점으로 육성하는 역할 분담 구상을 제시했다.
3선 도전에 나선 강임준 군산시장 역시 익산까지 포함한 ‘새만금권 4개 시·군 통합’을 주장한 바 있다.
전주와 김제를 통합하자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전주와 김제를 합하면 내륙도시인 전주가 항구를 가진 도시가 된다. 이원택 국회의원(군산·김제·부안을)은 전주·김제·부안·군산을 합하면 ‘100만 광역시’가 된다며 전북자치도를 1개 광역시와 10개 시·군으로 재편해 전북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도상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전북이 특별한 자치도가 되려면 동부권과 서부권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전주·완주에 무주·진안·장수를 함께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민선 8기에는 물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던 전주·완주 통합도 광역지자체들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아직도 진행형이다. 1997년과 2009년, 2013년 세 차례 모두 완주군민 반대로 무산된 전주·완주 통합은 2024년 6월 완주군민 6152명의 건의로 다시 재점화됐으나 완주군민 3만 2785명이 반대 서명을 제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가 완주군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주민투표 대신 완주군의회 의결을 통한 행정통합을 제안하며 막판 기대를 걸고 있으나 군의회는 통합에 부정적이다. 또 완주가 지역구인 안호영 의원도 “완주는 저를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곳이다. 군민이 바라지 않는 일은 못 한다”며 “도민 분열을 격화시키는 통합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완주 주민들은 통합되면 세금 인상과 혐오시설 유입 가능성이 크고 완주가 전주의 변두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인센티브 1차 대상을 광역지자체 통합으로 한정하면서 동력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정부는 행정통합을 전담할 TF 출범과 함께 1월 중 신속히 1차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지방정부 재정지원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나 이번 TF의 재정 지원 논의 대상에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 간 통합은 제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광역지자체의 행정통합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전북자치도 기초자자체 간의 통합은 소외되고 입지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전북이 뒤늦게 시작된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사이에 끼어 난처한 입장에 처한 모양새다.
전북자치도의 지역 통합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다 공개적이고 세밀히 추진돼야 한다. 전북자치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헌율 익산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에도 도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며 행정통합에 대한 공개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기초지자체 통합도 광역단체 통합 못지않은 재정적 인센티브와 법적 제도 개선 등을 지원토록 강력히 요청하고 이에 대한 기반 아래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행정통합이 일부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표심 얻기 선거용 도구로 변질돼선 안 되며, 보다 ‘큰 그림’으로 다시 계획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