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제분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원이 주요 제분사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혐의 소명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면서 향후 형사 기소와 대규모 행정 제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3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의 전·현직 대표이사 등 고위 임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들이 사실관계 또는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수사 기관의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해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만 법원의 이번 판단은 혐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구속 필요성만을 판단한 결정인 만큼, 향후 형사 기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처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이번 사안을 ‘서민경제를 교란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범위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기존에 수사 대상이던 5개 업체에 2개 업체를 추가하며 한국제분협회 회원사로 가입된 대한제분·사조동아원·CJ제일제당·대선제분·삼양사·삼화제분·한탑 등 7개 업체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파악 중인 담합 규모는 4조원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제분업계를 상대로 한 대규모 담합 수사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약 20년 만이다.
검찰은 제분사들이 밀가루 가격 인상 과정에서 인상 시기와 폭, 공급 물량을 조율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업체 간 묵시적 협의나 정보 교환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담합 여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경우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거나 거래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 전반에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업계 전반에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담합 판단 기준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보고 규율할 수 있도록 2020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한 바 있다.
백광현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담합은 둘 이상의 사업자가 합의해야 하고, 그 합의가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성립한다”며 “가격 합의나 출하량 조절은 법에서 경쟁 제한성이 추정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두 업체를 따라가는 병행적 의식 행위 역시 문제 될 소지가 있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각 사의 독자적 판단이라면 위법으로 보기 어렵지만, 인상 시기나 폭, 물량 조절 방식이 묵시적 협의나 정보 교환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면 담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법 개정으로 기업이 스스로 담합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수사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당하게 담합해 물가를 올린 사례, 또 시장 독점력을 활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례는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별도의 현장조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