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단체 “기업 참여 국가 R&D 데이터 공개 의무화는 기술 유출 우려”

경제 6단체 “기업 참여 국가 R&D 데이터 공개 의무화는 기술 유출 우려”

기사승인 2026-01-27 13:45:37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경제계가 정부 지원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의 연구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등록·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기업이 수행한 과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술 유출과 사업화 위축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동 건의서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연구데이터 공개를 규정하는 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2025년 11월 과방위 소위에서는 이들 법안을 통합한 제정안이 논의됐으며,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 과제 중 정부 지원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연구데이터를 통합 플랫폼에 등록·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연구데이터에는 최종 성과뿐 아니라 실험·관찰·분석 등 연구 수행 과정의 중간 결과물도 포함된다.

경제계는 건의서에서 “국가 연구데이터의 관리·활용을 촉진하자는 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고, 기초 연구 결과를 공개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기업이 수행한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과 사업 기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기업의 국가 R&D 참여를 저해해 장기적으로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건수는 검찰 송치 기준으로 2021년 9건에서 2025년 33건으로 증가했다. 경제계는 “기술 유출 수법도 갈수록 고도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또 연구데이터 공개 예외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신기술·신소재나 미세 공정 개선을 다루는 R&D 특성상 예외 범위를 사전에 규정하기 어렵고, 연구 결과 중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현행 입법안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제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은 국가 연구개발 데이터의 공개 대상을 학술 출판물 중심으로 제한하거나, 상업화 가능성이나 연구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비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기업 설문조사 결과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했다. 대한상의가 국가 연구개발 과제 참여 경험이 있는 기업 29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9.6%가 과제 수행 과정에 유출 시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 핵심 기밀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또 65.7%는 연구데이터 공개가 의무화될 경우 국가 R&D 참여 규모를 이전보다 축소하겠다고 응답했다.

연구데이터 공개로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기술정보 및 영업비밀 노출’이 57.2%로 가장 많았고, ‘해외 기술 유출’, ‘특허권 확보 어려움’, ‘비밀유지계약 위반 가능성’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계는 기업이 수행한 국가 연구개발 과제의 연구데이터를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일괄 제외가 어렵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데이터에 한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달라고 건의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AI 시대에 데이터 축적과 활용은 중요한 의제이지만, 기업 R&D 데이터의 경쟁 자산적 성격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국가 연구개발 참여를 통한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가 훼손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