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입학부터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는 가운데 자칫 의대 진학 방편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의대 입학이 학생의 인생 전체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며 지역의사제를 단순히 의대에 쉽게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이하 지역의사법)을 입법예고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의대는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모집하게 된다.
지역의사 전형이 적용되는 지역은 △대전·충남 △충북 △광주 △전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강원 △제주 △경기·인천 등 9개 권역이다. 관련 대입 전형은 2027학년도부터 서울권을 제외한 32개 의대에 도입될 예정으로, 지원 자격은 해당 권역 중·고교 입학·졸업 요건 등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경기도와 인천에 위치한 가천대, 인하대, 아주대, 성균관대, 차의과대의 경우 해당 대학이 위치한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의사제는 의대 입학 단계에서 지역의사 전형을 확대하고,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대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의사 면허가 정지된다.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추진돼 지난해 12월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음 달 24일 법 시행을 앞두고 지역의사제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높다. 중·고교 학생·학부모 10명 가운데 7명은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의대에 들어가기 위한 ‘전략적 이주’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종로학원이 지난 21~25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지역의사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975명 가운데 69.8%가 ‘지역의사제 도입 시 지원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 시행 시 해당 의대에 진학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0.3%로, ‘없다’는 응답(24.3%)보다 많았다. 지역의사 전형으로 진학한다면 장기적으로 해당 지역에 취업 및 정착을 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전체 응답자의 50.8%가 ‘그렇다’고 답했고 29.5%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의사가 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8.3%)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는 ‘지역의료 붕괴에 대응한다’는 지역의사제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애초 지역의사제를 시작한 취지는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 의대에서 교육받고 졸업한 뒤 대도시로 몰려오는 현상이 이어지며 지역 의료취약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에 장기 정착을 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세제 지원뿐 아니라 지자체 별도 지원책을 통해 (지역의료 기피 현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지역의사제가 의대 진학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선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학생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의사제로 지역 내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서 나고 자란 지역에서 의술을 펼치며 지역의료 공백에 기여해달라는 취지에서 법이 시행되는 것이지 의대를 쉽게 가는 방편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10년 의무복무’란 제한이 걸려있는 제도인 만큼, 의료취약지 진료권에 가서 평생 근무해야 한다는 생각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전공의 수련 제도가 상급종합병원 내 수련에 머물러 있어 전공의들이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볼 수 있도록 다기관 수련 협력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며 “지역의사들도 별도 수련 트랙을 개발하고, 중앙·권역 지역의사 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다음 달 2일까지 지역의사법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2월 중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받아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령·시행령·시행규칙에서 위임된 사항에 대한 고시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늦어도 2월10일까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최종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별 증원분 배분은 복지부와 교육부가 진행한다. 각 대학은 정원 조정에 대한 학칙 개정을 거쳐 4월 말까지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변경된 2027학년도 모집인원을 제출해야 한다. 5월 말에는 이러한 사항이 모두 반영된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요강을 발표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