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법적 절차 미이행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를 계기로 한미 관세 합의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본격화됐다.
여당은 절차적 하자는 없다며 2월 말~3월 초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예고한 반면, 범야권은 국회 비준을 배제한 합의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정책협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별문제 없이 잘 심의하면 1분기 안에 특별법을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명절도 껴있어 최소한 2월 말, 3월 초는 되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의장은 정부 측에 국회가 정해진 일정대로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정법이라 공청회를 해야 하는데 법안소위에서 ‘간이 공청회’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정부도 (국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상황을 알고 있어서 미국 정부가 오해가 없게 하겠다고 확인해줬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국회 비준 필요성에 대해 별도의 비준 절차 없이 ‘대미투자특별법’ 제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와 관련해 ‘비준(ratify)’이 아닌 ‘법 제정(enac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미측 역시 비준이 아닌 입법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하면서다. 한 의장도 “이미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한미가) 합의한 상황”이라며 “투자 관련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특별법 형태로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26일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등 소관·관계 상임위에 상정된 채 두 달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경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임의자 의원인 만큼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구윤철 부총리가 이날 임 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도 입법 일정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민주당은 비준 공방을 ‘소모적 논쟁’으로 규정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국익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비준 여부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입법 과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리며 지금이라도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핫라인 번호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총리, 자기들이 장악한 국회의 입법을 탓하며 화만 내는 대통령”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참모들 뒤에 숨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라”라고 직격했다.송언석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해서 ‘국회 비준 동의가 우선’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며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가 그토록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했던 한미 관세 합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구조 위에 놓여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비준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발목잡기로 매도해왔다”며 한·미 간 협의 과정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 승인 여부를 판단하려면 협정의 실질적 내용과 재정 부담이 담긴 자료가 먼저 공개돼야 하지만, 정부와 민주당은 기본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밀실 외교가 부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관세 협상은 환율과 국민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국회와 국민의 동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