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권한을 확대하되, 그 범위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불법사금융 등 두 가지 분야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양 기관의 신경전 요인으로 지목됐던 특사경 개편 논의가 사실상 막바지 조율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공공기관 수준으로 관리한다…특사경 범위도 제한
이 위원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특사경 개편 필요성을 논의해왔고, 현재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금감원 특사경은 자본시장법상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사건에 한해서만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공정거래 사건이 점차 복잡해지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만큼, 검찰 승인 없이도 직접 수사 착수를 가능하게 하는 ‘인지수사권’ 부여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를 “절름발이 특사경”이라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날 국무회의에서 “금감원에 대해서만 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관련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고, 불법사금융 분야에 특사경을 한정적으로 두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 두 영역을 넘어 특사경을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논의 테이블에 올랐던 금융회사 검사, 기업 회계감리, 기타 민생금융범죄 등은 특사경 수사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권한 비대화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불법사금융 등 두 가지 핵심 분야로만 ‘교통정리’를 마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금감원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부여는 법률 개정이 아닌 금융위 감독규정 개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내부 통제장치를 반드시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사심의위의 설치 주체를 금감원 자체에 둘지, 외부 위원회를 병행할지는 조율 중이다. 이 위원장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현재 금융위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할 때 수사심의위원회라는 통제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모델을 참고해서 어떤 형태가 가장 효율적이고 통제 측면에서 유효한지 검토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금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필요성은 중론”이라며 “방법론적으로는 공공기관운영법상 관리체계에 편입하는 방안이 있고, 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의 업무 특성과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민 통제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최종 결정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내려질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공운위는 오는 29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금융권 지배구조 TF…CEO 연임절차·이사회 독립성 강화 논의
금융위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상 10명 내외의 사외이사가 결정해 온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절차에 주주의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은 “참호 구축형 CEO 연임 문제에 대해 국민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은행 지주회사 CEO 선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주주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다음달까지 개선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한 금융지주 CEO의 장기 연임에 대해 앞으로 주총 의결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회장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단독 후보를 추천하면 주총에서 발행주식의 4분의1, 출석주식의 2분의1 찬성의 일반결의로 의결한다. 이를 상법상 ‘특별결의’ 기준(발행주식 3분의 1, 출석주식 3분의 2 찬성)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주총 의결권 강화는 법 개정 사항이라서 시기상 다음달 주총부터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즉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BNK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지주 3곳의 임추위가 지난해 말 현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해 오는 3월 주총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특정 사안, 특정 케이스에 직접 링크해서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제도 개선 하는 것과 실제 개별 케이스에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시기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신 이 자체가 시행시점과 무관하게 어떻게 나아가야 할 방향, 지켜야 하는 기준이 되니 이 자체도 많은 신호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배구조 개선안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고 있는 BNK금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보기에 과연 이런 구조의 회장 선임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한지, 시장과 주주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 (회장이)되는지 문제제기가 나와 금융기관이 거기에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답이라는 게 말이 아니라 행동, 결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1% 내외…주택연금 수령액 인상 검토
가계부채 관리 방향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못박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1.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낮게 관리하겠다”며 “지금까지 총량 목표만 봤는데, 주담대도 같이 볼 수 있게 별도 관리 목표를 설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다음 달 말 가계부채 세부 관리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가입률이 2%에 그치는 주택연금 제도도 손질한다. 이 위원장은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상황에서, 노후자산을 유동화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며 “기금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령액 인상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초저가 지방주택을 보유한 고령자가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다른 시·군으로 이주하는 경우, 현행 제도의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거나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관련 연구용역과 실무 검토를 병행하고 있으며, 상반기 내에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매년 60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집하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상품은 6월 안에 마련한다. 이 위원장은 “성장펀드의 성과를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상품을 6월 전 가입하도록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펀드 수익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결국은 세제부분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소득공제 부분과 재정이 후순위로 막아주는 부분, 운용을 잘해서 수익률 높이는데 각별하게 신경쓰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