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8년 만에 사법굴레 벗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8년 만에 사법굴레 벗었다

기사승인 2026-01-29 12:06:58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연합뉴스

하나은행 채용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대법원이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다. 성차별 채용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확정됐으나, 경영권 박탈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을 피하면서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29일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2018년 6월 검찰의 기소 이후 약 7년 6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

함 회장은 은행장 재임 당시인 2015·2016년 공채 과정에서 인사부에 특정 지원자의 합격을 지시하고, 남녀 합격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정해 여성을 차별 채용했다는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함 회장은 증거 관계상 지난 2016년 합숙 면접 합격자 선정과 관련해 부정합격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1심을 일부 파기하고 함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함 회장이 채용비리에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했으나 원심(2심)이 이를 뒤집고 유죄로 판단한 함 회장의 업무방해 부분과 관련해 함 회장이 공모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심 및 원심에서 증언한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고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간접사실들만으로는 위 증언들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큼 우월한 증명이 없다”고 했다.

또 항소심에서 함 회장의 지시에 의한 ‘추가사정회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했지만 인사부 채용담당자들은 그러한 회의가 없었다고 진술했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1심 판단을 뒤집으려면 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됐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등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원심은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한 상고는 기각해 벌금형 유죄를 확정했다.

경영 공백 우려 불식… 2028년 임기 완주 가능

이번 판결로 하나금융은 그동안 그룹을 압박해 온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으며 재직 중인 경우 그 직을 잃게 된다.

만약 최종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면 함 회장은 즉시 퇴진해야 했고, 그룹은 비상 승계 절차에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유죄가 확정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가 벌금형에 그치면서 함 회장은 오는 2028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의 형량은 서울서부지법 합의부가 심리하게 될 파기환송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파기환송심 절차가 남아있으나, 원심 법원이 대법원의 법령 해석에 기속되는 만큼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되거나 감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판결 직후 하나금융그룹은 안도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의 공명정대한 판결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하나금융그룹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며, 국가미래성장과 민생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가능한 이익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더욱 증대하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호성 하나은행장, 이은형·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등 그룹 주요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판결을 기다렸다.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자 임원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퇴정했다. 함 회장은 이날 법정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