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6만 가구 공급안…“입지 좋지만 ‘시간과의 싸움’”

‘영끌’ 6만 가구 공급안…“입지 좋지만 ‘시간과의 싸움’”

기사승인 2026-01-29 16:59:55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에 약 6만 가구를 공급하는 주택 공급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촉진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역세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 487만㎡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주요 대상으로 양질의 주택 약 6만 가구를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지역별로는 서울 3만2000가구(53.3%), 경기 2만8000가구(46.5%), 인천 100가구(0.2%)가 포함됐다.

우선 도심 내 공공부지를 활용해 약 4만3500가구를 공급한다. 용산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1만 가구)와 캠프킴(2500가구) 등이 공급 지역에 포함됐으며, 이 외에도 태릉CC(6800가구)와 과천경마장·방첩사(9800가구) 등 공공부지에서 공급이 이뤄진다. 또한 노후 공공청사를 활용한 복합개발도 추진된다. 성수동 구 경찰청 기마대 부지에는 3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아울러 수도권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을 통해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와 성남시청 인근의 성남금토·성남여수지구에 63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적극적인 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정책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기존 135만 가구 공급 계획에 이번 대책으로 6만 가구가 더해져 총 141만 가구가 공급되는 셈”이라며 “수도권의 연간 착공·입주 물량이 보통 20만 가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당초 연 27만 가구 착공 계획에 추가 물량을 더한 이번 공급 확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처럼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은 입지 가치 측면에서 뛰어나다”며 “서울발 KTX 노선이 용산역을 통과해 지방 접근성이 뛰어나고 인천공항은 물론 광화문 등 구도심 중심지와도 접근성이 우수하다. 주거지로서뿐 아니라 중심업무지구로서의 미래 가치 역시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청사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한 주택 공급 계획은 단순한 물량 확대를 넘어 입지적 장점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서울 핵심 입지를 활용해 수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공급을 늘려 상급지 선호 등 시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차 효과에 더해 서울시·주민 합의도 난제

전문가들은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시차 효과’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토지 정비와 인허가, 이해관계 조정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 랩장은 “착공에서 입주까지 통상 3~4년이 소요된다”며 “공급의 ‘시간차’로 인한 실효성 우려를 어떻게 상쇄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만, 가시적인 착공과 분양이 빠르게 뒤따르는 속도전이 정책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누적된 수요와 실제 공급 시점 사이의 간극”이라며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인 반면, 이번 대책의 핵심 부지들은 인허가와 착공, 입주까지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서울시와의 협의 문제도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시는 적정 공급 규모로 8000가구를 제시하며 반발했다. 서울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량을 1만 가구로 제시했지만,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가 적정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주거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양질의 주거환경을 조성해 국제업무지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유휴부지 개발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태릉CC 유휴부지 개발은 주민 반발로 중단됐으며 정부과천청사 일대 유휴부지 역시 4000가구 공급 계획이 주민 반대에 막혀 좌초됐다. 윤 랩장은 “이번에도 주민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혐오시설이 아니라 주택을 공급하는 만큼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과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