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환경에서 개업 변호사의 현실적인 생존 전략은 ‘수임 채널’ 확보입니다. 더 이상 모든 사건을 다루는 평범한 변호사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법무법인 도아의 임동규 대표변호사는 지난 2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열된 변호사 시장의 적나라한 실태를 이같이 짚었다. 개업 2년 차를 맞은 신생 법인을 이끄는 임 변호사가 체감하는 현장의 온도는 어느 때보다 매섭다. 그는 “이제 사건은 더 이상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 구조”라며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거나 인지도를 높여 독자적인 수임 경로를 개척해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배당 사건 수는 정체돼, 변호사 1인당 평균 수임 건수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AI 확산과 경기 둔화까지 맞물리며 개업 변호사 시장의 구조적 압박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개업 시장의 현실…신규 변호사만 매년 1700명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등록 변호사만 3만8080명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만 2만9035명(76.2%)이 밀집해 있으며, 개업 변호사 수만 약 3만2000명 수준이다. 2021년 2만6006명이었던 개업 변호사는 5년 새 5868명이 증가해 2025년 3만1874명을 기록했다. 2020년 이후 매년 1700명 이상의 신규 변호사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지만, 변호사 1인당 평균 수임 건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실제 사건 수임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경력 1~3년 차 개업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는 단 1.1건에 그쳤다. 소송 1건당 평균 수임료(약 500만원)에서 제반 경비를 제외하면 월수입은 약 3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월 200~250만원)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여유는 크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펌 관계자는 “송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데 고정비는 계속 오르면서 손익분기점이 높아졌다”며 “마케팅 자본이 부족한 청년 변호사나 소형 사무실은 수임 자체가 어려워 폐업이나 휴업 위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단순한 공급 과잉을 넘어 ‘AI 기술’과 맞물리며 구조적 양극화를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변호사는 “과거에는 수임 역량이 뛰어난 로펌이라도 인력의 한계 때문에 수용 가능한 사건 수에 제한이 있었으나, 이제는 AI를 활용해 더 많은 사건을 낮은 단가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 발맞춰 비용 효율화를 하지 않으면 거센 가격 경쟁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확대는 수익과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나 명확한 수임 채널을 가진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반면, 그렇지 않은 범용 위주 사무실은 고정비 대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초기 개업 변호사들의 폐업 위험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과열된 마케팅 경쟁…수임 질서 왜곡 우려도
이 같은 개업 시장의 생존을 위한 사투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방송, 유튜브, 법률 플랫폼을 통한 노출 경쟁이 사건의 본질보다 ‘자극성’과 ‘저가’를 앞세우는 왜곡된 문화를 낳고 있어서다. 일부에선 사건의 난이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임료를 책정하거나 성공 가능성을 과장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혁주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도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변호사 배출 인원은 급증하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도, 수임료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거대 자본을 앞세운 네트워크 로펌이 광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소규모 사무실은 광고를 집행해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쟁 과열로 박리다매 방식의 수임이 불가피해지면서 개별 사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정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스페셜리스트 전략과 제도적 보완 병행돼야”
법조계에서는 모든 사건을 맡는 ‘제너럴리스트’의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변호사 시장의 생존 전략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로펌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의료, 조세 등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 전략과 함께 분쟁 이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자문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허위·과장 광고와 플랫폼 알선에 대해서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신규 진입 장벽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법률 서비스의 공공성’과 ‘전문직 윤리’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는 현재의 변호사 시장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재편 과정으로 보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액 사건을 수행하는 대형 로펌과 그렇지 못한 변호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며 “AI 확산은 저연차 변호사의 취업과 개업을 동시에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과잉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저가 수임 경쟁이 무리한 소송을 부추기고, 사회적 갈등 비용과 기업 거래 비용을 키워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로펌이나 기관이 저연차 변호사를 채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일정 기간 실무 수련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장롱 변호사’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변호사 개업 시장이 경기 부침을 넘어 구조적 재편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개인의 전문성 강화라는 생존 전략과 더불어 법률 서비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