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구축한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우주 반도체의 성능 평가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그동안 해외 시설에 의존하던 우주·항공용 반도체의 방사선 내성 시험을 기존에 없던 희귀동위원소 빔을 활용해 수행한 것으로 큰 의미를 갖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공동연구팀은 라온에서 생성된 ‘2차 중이온빔’을 이용해 반도체의 ‘단일사건효과(SEE)’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의 우주방사선 내성 평가에 희귀동위원소 빔을 활용해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우주 강국 도약의 걸림돌 제거
우주는 강력한 방사선이 쏟아지는 가혹한 환경으로, 이 방사선이 반도체 칩을 통과하면 데이터 오류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단일사건효과를 유발한다.
이런 오작동은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의 임무 실패로 직결될 수 있어 지상에서 정밀한 사전 시험이 필수로 요구된다.
연구팀은 라온의 핵심 설비인 ‘코알라(KOALA)’에서 일반적인 가속기 실험과 달리 ‘2차 중이온빔’을 사용했다.
2차 빔은 가속된 입자가 표적과 충돌하며 깨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희귀동위원소 빔이다.
이 빔은 다양한 종류의 입자와 에너지가 뒤섞여 있어 제어가 매우 까다롭다.
연구팀은 혼합된 입자들 사이에서 원하는 입자만 실시간으로 식별해 반도체 소자의 특정 위치에 정확히 조사하는 조건을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이번 실증으로 국내 우주·항공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연구팀이 확보한 데이터와 시험 기법이 축적되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우주용 반도체의 방사선 내성을 검증할 수 있어 국산 우주부품의 개발 속도를 높이고 기술 자립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곽민식 연구위원은 “2차 중이온빔은 입자 종류와 에너지가 혼합된 상태여서 실험 적용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며 “개별 입자를 실시간으로 식별하면서 반도체에 조사하는 실험 조건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실험으로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추경호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RAON에서 외부 연구자에게 제공한 빔을 활용해 도출된 첫 논문으로, 외부 연구자와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진이 긴밀히 협력해 중이온가속기 활용 가능성을 실제로 입증한 성과”라며 “단 하루의 빔 타임으로 실험이 수행됐다는 점은 사전 준비와 협력이 충분히 이뤄질 경우 제한된 빔 자원으로도 의미 있는 과학적·기술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KARI 이우준 선임연구원은 “향후 시험 기법과 데이터 축적이 이어진다면 국내에서도 우주·항공용 반도체의 방사선 내성 평가를 자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 직무대행은 “이번 성과는 국내 독자 기술로 구축된 RAON이 세계적 수준의 가속기 활용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RAON을 연구자들에게 적극 개방해 국가 전략산업과 기초과학을 동시에 지원하는 연구 인프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 1월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