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산재 국선대리인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두 개의 법안이 여야에서 각각 발의됐다. 두 법안 모두 ‘국선 대리’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제도가 적용되는 단계에 따라 산재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취약 노동자 지원’ 취지는 같지만…국선 투입 ‘타이밍’ 엇갈려
두 법안은 모두 경제적 여력이 없거나 법률 지식이 부족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들여 공인노무사나 변호사를 선임해 준다는 기본 골격은 같다. 지원 대상 역시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큰 틀의 취지는 일치한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국선 대리인을 언제부터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산재 신청의 ‘첫 관문’부터 국가가 개입할 것인지, 아니면 1차 불승인 이후의 ‘이의 제기’ 단계로 한정할 것인지 엇갈렸다.
이용우 의원 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취지에 가장 충실한 안으로 평가받는다. 업무상 질병에 대해 ‘최초 요양 신청’ 단계부터 국선 대리인을 지원해, 비용 부담이나 정보 부족으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자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산재 입증 책임이 오롯이 노동자에게 있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 경우 민간 영역이던 최초 신청 시장이 공공 영역으로 흡수되면서 기존 수임 구조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반면 우재준 의원 안은 국선 대리 적용 범위를 ‘심사·재심사’ 등 불복 절차로 한정했다. 최초 신청은 기존처럼 민간 시장에 맡기고, 국선 제도는 불승인이 났을 때 구제해 주는 ‘보조적 장치’로 두자는 것이다. 이는 급격한 시장 변화와 업계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어느 안이 통과되느냐에…대형 법인 희비 갈린다
문제는 어떤 안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업계 내 대형 산재 법인들의 수익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산재를 주력으로 하는 대형 노무법인들은 병원 연계를 통한 ‘최초 요양 신청’ 사건을 대량으로 수임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만약 이용우 의원 안이 통과될 경우 신청 단계부터 국선이 가능해지면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 법인들이 최초 신청 사건에서 착수금 없이 높은 성공 보수를 챙겨왔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재준 안이 통과될 경우, 대형 법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돈이 되는’ 최초 신청 시장은 그대로 민간이 독점하고, ‘돈 안 되고 골치 아픈’ 불복(심사·재심사) 사건은 국선으로 넘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에서 불승인된 사건을 다투는 심사·재심사는 난이도는 훨씬 높은 반면 승인 확률은 낮아 대형 법인들도 기피하는 영역이다. 한 노무사는 “우재준 의원 안대로라면 대형 법인 입장에서는 수익성은 유지하면서 까다로운 사건은 국가 예산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치러진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도, 이러한 시장 붕괴에 대한 업계의 위기감과 ‘방어 기제’가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저임금도 안 된다”…보수 현실화는 공통 과제
어떤 안이 통과되더라도 국선 산재대리인 비용의 현실화는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제시한 국선 보수는 건당 40만~70만 원 수준이지만, 업무상 질병 사건의 특성상 자료 수집과 의학적 검토, 사업주 대응 등에 수십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노무사는 “실제로 계산해보면 시간당 보수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칠 수 있다”며 “보수 현실화 없이는 형식적인 대리만 양산되어 실질적인 권리 구제는 오히려 후퇴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