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2심서 징역형…일부 하급심 ‘무죄→유죄’

‘사법농단’ 양승태, 2심서 징역형…일부 하급심 ‘무죄→유죄’

헌정사상 첫 대법원장 유죄…1심 무죄 뒤집혀
위헌제청 직권취소 요구·통진당 소송 각하 유죄
재판부 “공정한 재판 불신 초래”…양승태 측 “즉각 항소”

기사승인 2026-01-30 17:58:47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의 무죄 판결을 전면 뒤집은 결론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고법 형사14-1부(부장판사 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30일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재판 개입이 사법행정권자의 직무 권한이 아니므로 직권 남용이 될 수 없다는 1심 판단과 달리 “사법행정권의 외양을 빌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기존 논리를 뒤집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47개 범죄 혐의 중 2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하급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함께 2015년 서울남부지법의 ‘한정 위헌’ 취지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과 관련된 재판 개입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과거사 피해자인 염기창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 상실 여부를 두고 제기한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에 개입한 행위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의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사법부 위상을 재고하려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해도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이 사법부 내에서 차지하고 있던 지위와 역할, 그에 대해 일반 국민이 가졌던 기대와 신뢰, 피고인들의 의지로 범행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죄책은 더 무겁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등 재판 개입과 이른바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 총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2011년 9월 취임한 그는 임기를 마치고 2017년 9월 법원을 떠났다.

앞서 1심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 행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이를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대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고, 권한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직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남용하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한 바가 없어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범행에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일부 재판 개입에 대한 정황은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과의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선고 직후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은 “오늘 판결은 직권남용죄에 대한 확립된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고, 사실인정을 1심과 달리 판단하려면 절차법에 따라 심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전혀 그러한 심리가 이뤄진 바 없다”며 “대법원에서 당연히 무죄로 결론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법원청사 동문 앞에서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양 전 대법원장의 항소심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