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의 주요 원인인 간암의 치료 성적은 진단 시 병기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만, 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간암 감시검사 수검률은 약 7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 고위험군의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서영 대한간암학회 기획위원회 위원은 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0회 간암의 날 기념식’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간암 감시검사 수검률은 약 76% 수준으로 이는 다른 암종에 비해 낮은 수치는 아니지만, 고위험군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수치”라며 사회적·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간암은 암 사망 원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 가운데 간암은 7위(5.1%)를 기록했다. 암종별 생존율은 폐암(42.5%)에 이어 간암(40.4%)이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간암은 초기 단계에서 대부분 증상이 없어 환자가 스스로 질병을 인지하기 어렵다. 조기 간암 단계에서 발견될 경우 수술이나 국소 치료를 통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이미 진행성 또는 말기 간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제한된다.
홍 위원은 “간암의 병기별 생존율 차이는 매우 크다. 이는 간암 치료 성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어떤 치료를 받느냐’가 아니라 ‘언제 발견됐느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환자들은 여러 동반 질환과 전신 상태 저하로 인해 적극적인 치료 선택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발견하는 감시검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간암 감시검사는 일반 건강검진과 달리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추적 검사다. 주요 대상은 만성 B형 간염 또는 C형 간염 보유자, 원인에 관계없이 간경변증 환자다. 표준적으로는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국가 단위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암 감시검사를 받은 환자군은 감시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간 관련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이 약 45% 감소했다. 또 근치적 치료를 받을 가능성은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암 감시검사가 실제 생존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적인 전략임을 보여준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최근 간암의 원인 질환은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B형 간염을 원인으로 한 간암은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 치료의 확산으로 감소하는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에 의한 간암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고령화에 따른 고령 간암 환자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홍 위원은 “고위험군 4명 중 1명은 감시검사를 받지 않은 채 지내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는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방문해 이미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받는다”면서 검사를 받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 △본인이 고위험군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 △무증상에 대한 착각 △시간·경제적 부담 △검사 결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을 꼽았다.
희망적인 부분은 최근 간암 치료 분야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점이다. 면역항암제는 진행성 간암의 1차 표준 치료로 자리 잡으며 기존 치료 대비 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 또 방사선색전술, 양성자·중입자 치료, 냉동 치료술 등 다양한 정밀 치료 기술이 도입됐다.
홍 위원은 “간암의 평균 진단 연령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2028년에는 80대 이상 환자가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 환자는 동반 질환이 많고, 간 기능이 저하돼 있어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 기회를 잃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기별 생존율을 보면 초기 단계에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병기가 올라갈수록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라며 “감시검사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게 되고, 그 시점에는 이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기적인 감시검사를 통해 발견되면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간암학회 회장은 “좋은 치료 성적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간 기능과 비교적 이른 병기를 전제로 한다. 즉 조기에 발견되지 않은 환자들은 최신 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간암 감시검사의 확산을 위해 고위험군 교육 강화, 반복적 안내 시스템 구축, 신뢰도 높은 대국민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