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은행 점포폐쇄 절차를 대폭 강화한다. 그동안 예외로 적용돼 왔던 ‘1㎞ 이내 점포 통·폐합’도 사전영향평가와 지역 의견 청취를 거치도록 하고, 지방에서 점포를 줄일 경우 평가상 불이익을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다’를 주제로 금융현장메신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 점포폐쇄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점포폐쇄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폐쇄된 은행 점포 314곳 가운데 65%는 반경 1㎞ 내 다른 점포와 통합된 사례로, 사전영향평가나 대체수단 마련 없이 폐쇄가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예외 조항’이 점포폐쇄를 위한 우회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1㎞ 이내 점포 통·폐합에도 원칙적으로 점포폐쇄 절차를 적용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 다만 동일 주소지에서 기업금융 점포와 개인금융 점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형식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전영향평가도 전면 개편된다. 앞으로는 점포 이용 현황 분석, 지역 금융접근성 영향 진단, 대체수단 결정으로 이어지는 3단계 평가체계를 도입하고, 고령층·금융취약계층 비중, 실제 이동거리 등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평가 기준 역시 인근 점포나 전체 평균과 비교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지방 점포 줄이면 ‘감점 확대’…ATM만으로는 대체 불인정
지역 간 금융접근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5523곳으로, 2020년 말 대비 14% 이상 감소했다. 특히 점포 수가 이미 적은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점포 하나가 사라질 때 소비자 불편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지자체 금고 선정 등에 활용되는 지역재투자평가에서 감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반대로 우체국 창구 제휴, 공동점포 운영 등 대체수단을 충실히 마련한 은행에는 가점을 부여한다.
점포를 없앨 경우 제공해야 할 대체수단 기준도 명확해진다. 인근 점포까지 실제 이동거리가 10㎞를 넘고 대면 거래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영향도가 높은 경우’로 분류해 소규모 점포나 공동점포 유지가 원칙이 된다. ATM만 설치하는 방식은 대체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정보공개 확대…소비자 평가에도 ‘점포 유지 노력’ 반영
점포폐쇄 관련 정보 공개도 대폭 확대된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을 통해 점포폐쇄 사유와 대체수단뿐 아니라 사전영향평가 주요 내용과 대체수단 위치까지 공개하고, 지역별 검색 기능도 추가한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도 점포 유지·신설 노력, 폐쇄 절차 준수 여부 등이 새 평가 항목으로 반영된다. 금융위는 올해 중 평가지표를 마련해 이후 평가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위와 은행연합회는 이달 중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개정하고, 각 은행 내규에 반영해 3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러한 노력이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점검하고 보완할 시점”이라며 “급격한 고령화와 AI 금융서비스 등장 등 디지털 전환으로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