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의 실패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발기부전은 삶 전체를 흔든다. 비뇨기과 진료 현장에서 필자가 반복해서 확인하는 장면도 같다. 처음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라고 말한다. 그러다 실패가 누적되면 성관계를 피하고 대화를 줄이고, 자존감이 무너진다. 그때서야 발기부전 상담을 결심한다. 치료 시기는 대개 그 이전에 있었는데 스스로 놓쳐버린 셈이다.
발기부전을 단순히 나이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발기는 혈관, 신경, 호르몬, 심리 상태가 동시에 맞물려야 성립된다. 그래서 원인도 여러 갈래로 갈린다. 혈류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혈관성 문제, 남성호르몬 저하 같은 내분비 문제,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영향, 항우울제나 혈압약 같은 약물 요인, 불안과 우울, 만성 수면부족이 겹친다. 한 가지 원인만 붙잡고 기분 탓으로 정리하면 치료는 계속 빗나간다.
치료의 핵심은 왜 안 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나누는 데 있다. 필자는 상담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아침 발기가 줄었는지, 성욕 저하가 동반되는지, 특정 상황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지, 음주·흡연·운동·체중 변화가 있는지, 복용 약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한다. 환자 스스로도 기록을 남기면 도움이 된다. 최근 몇 달간의 피로도, 수면시간, 음주 빈도, 실패가 반복된 상황을 적어보면 원인 추정이 빨라진다. 막연한 불안이 숫자와 패턴으로 바뀌는 순간 치료 전략이 선명해진다.
발기부전 환자에게 흔한 오해는 "약 하나로 끝난다"는 기대다. 약물치료는 분명 유효한 선택지다. 다만 원인을 건드리지 않으면 효과가 들쑥날쑥해지고 불안이 커진다. 불안은 다시 발기를 방해한다. 악순환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생활습관 교정을 치료의 첫 줄에 둔다. 수면을 회복하고 음주를 줄이고, 운동과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심혈관 위험요인이 의심되면 내과적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 필요하면 심리 요인도 치료 축으로 올려야 한다. 발기부전은 기능이면서 동시에 마음이기 때문이다.
또 환자들이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다. 밤에 자주 깨는 습관이다. 야간뇨든 수면이 얕아진 탓이든 수면이 깨지면 피로가 쌓이고 성기능은 쉽게 흔들린다. 필자는 발기부전 상담에서도 수면과 배뇨 증상을 함께 듣는다.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 같은 문제로 잠이 깨면 그 자체가 회복력을 깎는다. 반대로 발기부전으로 인한 긴장과 우울이 수면을 깨고 다음 날 피로를 키우기도 한다. 증상은 따로 노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한 몸에서 이어진다.
발기부전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건 질환 자체만이 아니다. 과장 광고와 민간요법의 유혹이 크다. 즉시 개선, 부작용 없음 같은 문구는 환자의 불안을 파고든다. 검증되지 않은 보조제, 불법 유통 약물은 심혈관 부작용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비판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치료는 ‘빠른 결론’이 아니라 ‘정확한 과정’으로 완성된다. 환자에게 필요한 건 체면을 세워주는 말이 아니라 원인을 분해해주는 설명이다.
결론은 단순하다. 발기부전은 숨기면 길어지고, 평가하면 짧아진다. 나이와 스트레스는 핑계가 될 수 있지만 답은 아니다. 기록 기반으로 원인을 가르고, 필요한 검사로 확인하고, 생활과 치료를 단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성생활을 지키는 첫걸음은 용기 있는 내원이 아니라, 문제를 의학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치료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