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전 국정원장 첫 재판…“직무 포기·방임한 것 아냐”

조태용 전 국정원장 첫 재판…“직무 포기·방임한 것 아냐”

조 전 원장 측 “특검이 상상 기반해 기소” 혐의 전면 부인
신원식·여인형 등 증인 소환 예정…이르면 3월 변론 종결

기사승인 2026-02-04 17:53:56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등 국가정보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첫 재판이 4일 열렸다. 조 전 원장 측은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이날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및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은 조 전 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을 보고받고도 국회 보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통화 내역이 핵심 증거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삭제하도록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조 전 원장 측은 내란 특검팀의 기소가 상상에 기반하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내란을 공모하고 실행 계획까지 상세히 모의했다’고 상상하는 것 같다”면서 “상상을 기반으로 기소해야 한다면 직무유기가 아니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거나 실행 행위를 분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특검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피고인이 실행에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팀이 기소한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전 원장 측은 “(계엄 선포가) 국회 및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전파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국회정보위에 대한 지체 없는 보고라는 의무가 특정돼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거나 방임한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현행 국가정보원법 제15조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없이 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조 전 원장 측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돌발적으로 이뤄졌고 당시 언론 등을 통해 상황이 공개적으로 전파된 점을 들어 조 전 원장이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포기하거나 방임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23일 공판기일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러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듣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부터 본격 심리에 들어가 3월 말이나 4월 초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조 전 원장은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계획을 들었으면서도 국회에 즉각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국군방첩사령부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도 있다.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의 행적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에만 제공하고 민주당이 요청한 자신의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은 전달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의무를 어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내역 삭제에 가담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편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1월 조 전 원장을 직무유기와 정치관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조 전 원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계엄 당일 국무회의 참석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있다.

조 전 원장 측은 앞서 두 차례 준비기일에서도 혐의를 거듭 부인하며 “당시 보고 누락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허위 증언, 허위공문서 작성,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역시 모두 부인했다.

조 전 원장은 현재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재직 시 연루된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으로도 기소돼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