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역대급’ 총파업에…서울시, 필수공익사업 지정 움직임

시내버스 ‘역대급’ 총파업에…서울시, 필수공익사업 지정 움직임

시, 연이은 버스 파업에 “파업권 존중하되 이동권 지켜야”
지자체 공동대응 회의 이어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 개최

기사승인 2026-02-06 06:00:09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한 공영주차장에 시내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시내버스 총파업으로 진통을 겪은 서울시가 필수공익사업 지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노조 쟁의 기간에도 최소 인력을 남기도록 해 시민 불편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거세게 반발했지만, 시는 고용노동부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에 참석해 “어떤 제도 아래에서든 시민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자의 쟁의권을 존중하되 시민 이동권도 보호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업권을 제한하자는 소리가 아니다”라며 “시민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노조의 주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지난달 29일 인천·부산 등 준공영제를 운용 중인 광역자치단체와 공동대응 회의를 열었다. 시내버스 파업이 지난 2024년부터 연이어 벌어진 가운데, 전국 규모로 발생 횟수·기간이 증가하며 시민 불편도 가중됐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회의에 참여한 지자체와 함께 정부에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종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개정돼야 한다.

필수공익사업은 시민 생활에 필요한 공공사업으로, 업무의 정지·폐지가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며 대체하기도 어려운 사업을 가리킨다. 철도·도시철도와 항공운수, 수도·전기·가스, 병원, 통신 사업 등이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한다. 이들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핵심 업무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필수 인력을 남겨둬야 한다.

이에 서울시버스노조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봉쇄하기 위한 행정적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파업의 책임이 전적으로 시에 있는데도 그 책임은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책임 없는 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완전공영제부터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진정 시내버스가 중단돼서는 안 될 필수 인프라라면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는 완전공영제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시내버스를 완전공영제로 운영할 경우 지자체가 노선·인력 등 전반을 직접 책임지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오 시장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공영제를 도입한다고 파업 리스크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협상의 상대로 자리하는 순간, 쟁의의 정치적인 파급력과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게 된다”며 “공영제 전환 시 초기 비용만 2조1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증가하는 인건비를 더하면 매년 약 1000억원씩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시장은 일찍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도시철도를 언급하며 정부에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시민의 관점에서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는 도심 교통을 지탱하는 두 축이지만, 하나는 제도가 갖춰져 있고 다른 하나는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며 “역할은 서로 같은데 책임 비중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시민이 납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서울시가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를 했지만 고용노동부는 계속 반대해 왔다”며 “이번 기회에 문제를 분명히 짚지 않으면 조만간 많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는 지난해에도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시내버스의 대체 가능성이 낮지 않다며 ‘수용 곤란’ 의견을 냈다.

오 시장은 개회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미 (수용 곤란 의견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재고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번 파업 이전에도 두세 차례 이상 재촉을 해 온 만큼 고용노동부와 해당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심도 있는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역시 이를 환영하고 있다. 한대광 시내버스조합 대외협력본부장은 이번 토론회에 참석해 “버스노조의 파업은 서울만의 문제를 넘어 전 국민의 일상과 직결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필수공익사업 지정 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노동자들의 권리 또한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