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당원 투표’ 뒤에 선 정청래…앞에선 민주·혁신 ‘집안싸움’

‘전 당원 투표’ 뒤에 선 정청래…앞에선 민주·혁신 ‘집안싸움’

정청래, 합당 찬반 내홍에 ‘전 당원 투표’ 제안
민주·혁신, 합당 둘러싼 발언 두고 갈등 ‘파장’
일각선 논의 중단 촉구…합당 불발 시 앙금 우려

기사승인 2026-02-05 17:29:42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에 ‘전 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들며 논란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정 대표가 빠진 자리에는 민주당과 혁신당 지도부 간 논쟁만 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합당이 불발될 경우 양당 간 앙금이 쌓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두고 ‘전 당원 투표’를 언급했다. 지속되는 당내 반대 여론에 ‘1인 1표제’처럼 정 대표의 뜻을 관철할 가능성이 높은 전 당원 투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여부는 전당대회나 수임 기구인 중앙위원회 직전에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게 돼 있다”고 말하며 “그런 과정 전이라도 합당 여부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해보는 것을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의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오후 초선 의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6일 4선 이상 중진 의원 간담회, 10일 재선 의원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3선 의원 간담회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지도부 간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합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언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대표를 겨냥해 “조기 합당·대권 프레임 전환은 멈춰야 한다”며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특정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합당이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우리 민주당을 조국 대표를 대통령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특정인의 대권 놀이에 우리 민주당을 숙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 ‘자기 알박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춘생 혁신당 최고위원은 이언주 의원을 향해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에 대한 모욕을 이제 그만하라”며 “‘차기 대권 놀이를 위해 민주당을 숙주로 알박기 하려 한다’고 했는데, 합당을 혁신당이 제안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언주 의원이야말로 2012년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숙주 정치하지 않았느냐”며 민주통합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전진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등 이 의원의 당적 변경 사항을 거론하며 ‘정당 쇼핑’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부산 동구 부산항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부산현장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과 합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신장식 혁신당 수석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이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조국혁신당을 모욕하는 방식으로 민주당 내에서 당내 투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도 직접 나섰다. 그는 “민주당 내부 논쟁 과정에서 혁신당과 저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우당에 대한 예의는 찾아볼 수가 없다. 상상에 상상을 더한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반대 의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황명선·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 대표를 향해 지방선거 전까지 합당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갈등이 부각되는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지방선거 이전 합당의 당위성은 빠르게 힘을 잃고 있다. 시간에 쫓겨 합당 찬반 투표를 강행할 경우 결과는 극히 근소한 차이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패배한 쪽이 결과를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당내 갈등은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소 3분의 2 이상의 특별한 동의로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정 대표가 잘못 시작한 합당 문제가 이제는 권력 투쟁의 양상으로 변질돼 갈등만 촉발시킨 꼴”이라며 “진심은 충분히 확인했다. 동력을 잃은 합당 논의는 과감히 접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지방선거 준비에 당의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합당이 흐지부지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당 간 마찰이 있는 상태에서 합당이 불발될 경우 앙금이 남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의석 수 180석을 넘기기 위해 언젠가는 합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기상·절차상 반대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합당이 이대로 불발되면 양당 간 앙금이 남을 텐데, 제의를 꺼냈던 정 대표가 이를 대비한 출구 전략이나 상황 정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