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수치 이상, 알고 보니 ‘희귀난치질환’ 자가면역성 간염 [건강 나침반]

간 수치 이상, 알고 보니 ‘희귀난치질환’ 자가면역성 간염 [건강 나침반]

조기 발견과 평생 관리로 간경변·간부전 위험 낮출 수 있어
글·최원혁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기사승인 2026-02-06 11:49:02

최근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간 기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간 수치가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알코올성 간 질환을 먼저 의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간 수치 이상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Autoimmune Hepatitis, AIH)’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자신의 간세포를 외부 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면서 만성적인 간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특히 50대 이후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 간염이나 지방간 등 흔한 원인이 배제됐는데도 간 효소 수치 상승이 지속된다면, 자가면역성 간염을 포함한 면역성 간 질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무증상에서 전격성 간염까지… 다양한 임상 양상

자가면역성 간염은 만성 질환이지만 임상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환자의 약 3분의 1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내다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 상승이 확인돼 정밀 검사 과정에서 진단된다.

특히 증상이 없다는 점이 진단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의 약 15~30%는 처음 진단받을 당시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된 상태로 확인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급성 간염과 유사한 전격성 임상 양상으로 발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임상 양상이 다양해 간 수치 이상을 단순한 검사 소견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무증상 상태에서도 질환이 진행될 수 있어, 진단 시점에 이미 간경변증이 동반된 환자를 적지 않게 경험한다.

혈액검사와 간 조직검사로 진단

자가면역성 간염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간 효소 수치 상승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항핵항체, 평활근 항체 등 자가항체의 출현 여부를 평가한다.

그러나 혈액검사만으로는 간의 염증 정도나 섬유화 단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간의 염증 활성도와 섬유화 진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간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장기 관해 유지’

자가면역성 간염 치료의 목표는 면역 반응을 조절해 간 염증을 최소화하고,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을 막는 데 있다. 현재 표준 치료는 스테로이드제(글루코코르티코이드)와 면역억제제(아자티오프린)를 병용하는 치료다.

치료를 통해 간 기능 수치가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질환이 완전히 소실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질환을 안정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장기간, 경우에 따라서는 영구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재발이 흔한 질환으로, 재발률은 약 20~5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완치가 아닌 관리의 질환… 치료 반응 이후에도 지속 관리 필요

자가면역성 간염은 치료 반응이 좋아 간 수치가 정상화되더라도 면역학적 질환의 특성상 재발 가능성이 높다.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장기간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

치료 효과가 나타난 이후에도 유지 용량의 약제를 지속하고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지가 장기 예후를 좌우한다. 또한 자가면역성 간염 환자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갑상샘 질환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 경우 관련 진료과 간 협진을 통해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예방은 어렵지만, 조기 발견이 최선

자가면역성 간염은 유전적 소인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명확한 예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원인 불명의 간 수치 이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될 경우, 이를 단순한 이상 소견으로 넘기지 않고 조기에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면역성 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해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치료하면 장기간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