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숨기면요?”…일반인 출연자 논란, 제작진만 책임지면 되나 [쿡찍어봄]

“작정하고 숨기면요?”…일반인 출연자 논란, 제작진만 책임지면 되나 [쿡찍어봄]

기사승인 2026-02-09 06:00:09 업데이트 2026-02-09 11:18:04
임성근 셰프. 임성근 인스타그램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로 인기를 얻은 임성근 셰프가 대표적인 예다. 임 셰프는 돌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년에 걸쳐 세 차례 음주운전을 했다고 고백했고, 이후 추가 음주운전 전과 보도가 나오면서 치솟았던 호감도는 급락했다. 제작진은 임 셰프가 2020년 저지른 음주운전 1건만 인지하고 있었다. 여론은 엇갈렸다. 임 셰프는 물론, 그의 출연을 확정한 제작진·플랫폼 역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출연자 검증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중이 원하는 ‘철저한 출연자 검증’이란 무엇일까. 누구도 명확히 답할 수 없어 씁쓸한 질문이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반인의 모든 과오를 일방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 어떤 방법을 활용해도 상대가 입을 열지 않으면 알 길이 없고, 불법 여부를 차치하고 범죄 이력 등을 조회한다 해도 주관이 개입하는 도덕적 논란은 확인하기 힘들다. 실상은 어떠한 대안 없이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 부족을 탓하며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무책임한 쪽에 가깝다.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출연자 검증 시스템은 심층인터뷰다. 여기에 심리상담이나 개인설문 등 도구를 동원하기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에 쏟는 시간과 노력은 결코 ‘철저하다’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인 출연자 논란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는 방송사나 제작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일반인은 못내 아쉽겠지만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진이 사전 확인을 게을리 했다는 가정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 오히려 한계가 불가피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계약서 역시 문제적 출연자를 걸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학폭(학교폭력), 마약 투약, 폭행, 음주운전, 불륜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보증하고, 방송 이후 그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나 손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계약서도 모든 논란을 방어하진 못했다. 범죄가 아닌 이상 문제 소지를 판가름하는 개인의 기준은 제각각이고, 논란이 될 것을 자각해도 들키지 않을 거라 믿고 출연을 강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의와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예능 PD A씨는 “작정하고 속이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최대한 (리스크가 발생할) 확률을 줄이려고 한다. 장시간 여러 방식을 통해 여쭤보고 또 여쭤본다. 거짓말을 했을 때 양측 모두 입게 될 피해도 확실히 설명한다. 그럼에도 벌어지는 일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자연재해 같다”고 털어놨다. 방송 홍보마케팅 담당자 B씨는 “프로그램마다 검증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말하지 않으면 끝이다. 공공기관도 아니고 검증 권한도 없는데 증명서를 떼 오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논란이 불거진 이상 사후 해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사는 편집이 최선책이고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는 제작사로부터 사전 납품을 받아 편집도 어렵다. 법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제작사 관계자 C씨는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 이상 실질적으로 배상을 요구하진 않는다.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나서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 사전 예방에 가까운 조치”라고 설명했다. 예능 PD D씨는 “청구하는 게 더 일”이라며 “손해가 물리적이지 않은데 방송은 타격을 입는다.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법무비용이 들고 피해 금액을 환산하기도 어렵지만 얼마를 받든 보상이 안 된다”고 전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에게 얼마나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지 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군다나 연예계에서 수차례 음주운전을 하고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거나 성추문에 휘말렸지만 복귀에 성공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동시에 같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좀처럼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처럼 대중이 용인하는 범위가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른 가운데 일반인 출연자에게만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C씨는 “한 번은 봐주고 두 번 이상은 안 되는 건지,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나와도 되는 건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속도가 더디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D씨는 “TV에는 음주운전 했던 분들이 많이 나온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TV에 나오면 안 된다는 법을 만들 수 없다. 일반 기업 채용에서조차 과거 범죄에 대해 물어볼 수 없게 돼 있다”며 “또 사회적 물의에 대한 법과 여론의 관점이 다르다. 형사처벌이 있어야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일반인 출연자 프로그램이 주류로 자리 잡는 흐름을 거스를 수도,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예능의 다양화를 이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같이 짚으면서도 “대부분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모르거나 쉽게 잊어버린다. 제작자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들춰낼 수 없어도 필터링하려는 노력은 해야만 한다. 다만 그 노력이 100% 성과를 낸다고 할 순 없다”고 봤다. 이어 “사실 연예 비즈니스는 호감, 신뢰도 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판단 기준을 정하기 어렵지만 지금처럼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잠정적인 기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