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0세 이상’만 가능한 세대분리법의 문제를 지적한 본지 보도 이후 정부가 제도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10대 청소년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메릴랜드 주 등은 부모의 학대나 방임이 확인된다면 청소년도 자립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도 세대분리 등 권리 주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아이들을 권리의 주체보다 돌봄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이 강해 청소년 자립 문제 논의에 대해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청소년이 원 가정과 단절돼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법적 통로가 부재한 현실을 짚었다. 그는 “현재는 부모가 강제적으로 친권을 박탈하거나 부모 측에서 소를 제기하는 방법 외에, 아이 측에서 부모와 서류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는 아동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주의 ‘이맨시에이션(Emancipation, 독립 인정)’ 제도가 대표적이다. 성문법(문서의 형식을 갖춘 법)은 없지만, 관습법(성문법에 대해 보충적 효력을 가짐)에 근거해, 미성년자가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폭넓게 독립을 인정한다.
정 원장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성인과 똑같이 독립이 인정되긴 어렵다”면서도 “미국에선 ‘이맨시에이션’ 제도를 통해 청소년도 독립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자이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미국도 이맨시에이션 제도가 마련된 것”이라며 “한국도 여러 사례가 발굴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미국과 같은 정책이 만들어질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청소년 쉼터 등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현재 마련된 지원 체계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 원장은 “우선은 청소년 쉼터 등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 원장은 신청주의 복지제도의 장벽이 청소년에겐 더욱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성년자인 탓에 스스로 독립적인 주체로서 인정받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가가 먼저 손 내밀 수 있도록 예산‧인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 정책에 관해선 ‘국가 사업화’를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정 원장은 “아동은 투표권이 없다보니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며 “특히 아동 정책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소관인데, 사는 곳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나뉘지 않도록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국가 사업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원장은 신청주의 복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의 인지도를 높여 아이들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오는 5월 ‘국가아동권리보장원’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도 인지도 제고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온라인 소통 플랫폼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의견을 청취하고 알리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