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가 돌려보낸 신약 후보물질의 재탄생…기술반환 한계 깬다

빅파마가 돌려보낸 신약 후보물질의 재탄생…기술반환 한계 깬다

기사승인 2026-02-09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했다가 권리가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을 기업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기술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리포지셔닝(재정립)’ 전략을 펼치고 있다. 리포지셔닝은 신약 물질의 적응증을 변경하거나 용법을 개선하는 등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 약물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약품의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다. 한미약품은 이 물질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으며, 지난 2015년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 수출했다. 사노피는 임상 3상까지 진행했으나, 2020년 한미약품에 권리반환을 통보했다. 

과거 기술 반환은 곧 ‘개발 실패’로 인식돼 사업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수행한 임상시험 근거를 기반으로 적응증을 당뇨병에서 비만으로 바꿔 독자 개발에 나섰다. 최근 3상 임상 중간 톱라인 결과, 투약 40주차 시점에서 최대 30%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되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첫 비만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반환된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바꿔 다시 기술 수출한 사례도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얀센에 비만‧당뇨병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기술 수출했다가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이후 간이 딱딱하게 굳는 증상인 간 섬유화 억제 원리에 주목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바꿨다. 이후 2020년 미국 머크(MSD)에 총 8억7000만 달러 규모로 다시 기술 수출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유한양행도 기술 반환된 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의 개발 재개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지만, 지난해 3월 반환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이 다른 신약 후보물질에 집중하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기술 반환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유한양행은 기존 임상시험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던 만큼 후속 임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역시 덴마크 레오파마로부터 반환된 ‘JW1601’의 연구를 이어가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JW1601는 히스타민 H4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덴마크 레오파마에 지난 2018년 기술 수출했지만, 2025년 계약 해지와 함께 권리가 반환됐다. 이에 JW중외제약은 적응증을 안질환 치료제로 틀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히스타민 H4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안질환 치료제는 없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새 치료 옵션이 될 전망이다. JW중외제약은 현재 국내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 결과가 긍정적이었음에도 파트너사의 포트폴리오 수정 등으로 기술 반환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기술 반환이 후보물질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빅파마가 주도한 임상을 근거로 기술 반환된 후보물질의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