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성간 혜성에서 다량의 물과 유기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포착했다.
이번 발견은 외계 행성계의 형성 과정과 생명체 기원의 실마리를 풀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9일 천문연에 따르면 스피어엑스는 성간 혜성 ‘3I/ATLAS’를 관측해 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시안화물(CN) 등 다양한 유기분자 방출을 확인했다.
3I/ATLAS는 지난해 7월 1일 NASA의 ATLAS 탐사망원경이 처음 발견한 혜성으로, 궤적 분석 결과 태양계 밖 성간 공간에서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이 혜성을 집중 관측한 결과 혜성의 핵을 둘러싼 대기층 코마(coma)에서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유기분자들을 다수 검출했다.
특히 혜성이 태양 근일점을 지나고 두 달 후 밝기가 급격히 증가한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혜성 표면의 얼음이 태양열에 가열돼 기체로 변하는 승화 과정을 겪으며 내부의 물과 가스를 우주 공간으로 격렬하게 뿜어냈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APL) 캐리 리스 박사는 “혜성이 대규모 분출 활동을 일으키며 현저히 밝아졌다”며 “표면 깊은 곳 물 얼음에 갇혀 있던 탄소가 풍부한 물질들이 대량으로 방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상에선 안 보이는 물 흔적 포착
물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성분은 지구 대기에 가려져 지상 망원경으로는 관측하기 어렵다.
반면 우주 공간에 있는 스피어엑스는 이런 방해 없이 혜성의 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관측 당시 혜성의 코마가 크게 확장된 상태에서 넓은 시야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광시야 성능을 가진 스피어엑스가 혜성 전체의 모습을 담고 다양한 유기물질 방출 정보를 확보했다.
아울러 8월 관측과 비교해 이산화탄소보다 일산화탄소의 양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시기에 따른 성분 변화도 포착했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연 박윤수 선임연구원은 데이터 처리와 계산 등 분석 전반을 주도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스피어엑스 발사 후 불과 몇 달 만에 성간 기원 물체가 태양계로 들어왔고, 우리는 이를 즉시 관측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과학은 적절한 순간, 적절한 장소에서 진전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자료를 모아 시간에 따른 물리 화학적 구성성분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태양계 혜성과 성간 혜성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함으로써 외계 행성계와 지구의 형성 과정을 밝히는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다.
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우리 연구진이 스피어엑스의 하드웨어 개발뿐 아니라 관측 데이터의 과학적 분석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3일 ‘미국천문학회 연구노트(Research Notes of the AA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