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도 팔 걷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코스닥 분리’, 이번엔 다를까

대통령실도 팔 걷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코스닥 분리’, 이번엔 다를까

‘기능별 분리’로 11년 전 ‘본점’ 허들 넘나
증권가 “코스닥 정체성 확립 계기”…재평가 기대도
“구조변화가 해결? 집행 의지가 관건” 신중론도

기사승인 2026-02-10 06:00:15 업데이트 2026-02-10 07:47:37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 임성영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스닥 분리 독립을 언급하면 다음날 자제하라는 얘기가 내려왔는데, 올 초부터는 기조가 완전히 바뀐 분위기예요.”(자본시장 관계자)

코스피가 53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자본시장이 유례없는 호황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거래소(KRX) 구조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최근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공식 언급하면서 11년 전 정치적 논쟁 속에 좌초됐던 거래소 개편 카드가 재소환된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거래소 구조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법안 심사 일정이나 세부 로드맵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며 정부와 국회,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초기 단계로 여겨진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시장을 자회사로 분리·독립 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을 지난 4일 발의했다.

 ‘기능별 분리’로 11년 전 ‘본점’ 허들 넘을까

개정안의 핵심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닥시장 등을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다. 코스닥이 독립적인 운영권을 갖게 되면 시장 특성에 맞는 상장·감시·퇴출 기준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여당은 이를 통해 코스닥을 미국 나스닥처럼 기술·성장 기업 중심의 특화 시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시장 건전성을 위한 장치도 담겼다.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을 별도로 두고 청산·결제 업무를 전문기관에 맡겨 부실기업 정리·퇴출을 빠르게 하는 한편, 혁신기업 진입을 돕는 상장 특례 신설도 검토된다.

거래소 구조개편은 지난 2015년에도 추진됐지만 지주회사 본점 소재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련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당시에는 본점을 부산으로 명시할지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며 논의 자체가 표류했다.

이번에는 같은 논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본점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기보다는 ‘기능별 분리’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주사와 파생상품 부문은 부산에 두되 코스닥 본부는 서울 인근 테크 클러스터와 연계해 운영하는 구상이다.

최근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규모와 거래대금이 빠르게 급증하면서 현 거래소 체제가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와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정책권과 시장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한 배경 역시 이러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이사장은 당시 “지난 2013년 코넥스 출범 이후 시장이 정체된 건 사실”이라면서 “이제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의 역할을 재정립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코스닥 분리 여부와 분리 방식 등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정책당국과 국회에서 제안한 입법안을 바탕으로 긴밀히 논의해 가장 적합한 시장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임성영 기자.

증권가 “코스닥 정체성 확립 계기”…재평가 기대도

증권가에서는 구조개편 논의가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이 코스피와 분리돼 독립적인 심사 권한을 갖게 되면 기술·성장 기업 중심이라는 정체성이 분명해지고, 이에 따른 글로벌 성장주 펀드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퇴출 기준이 엄격해져 시장 신뢰가 회복돼야 ‘삼천스닥’ 같은 지수 레벨업 논의도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거래소 IPO를 통해 확보된 자금이 데이터 비즈니스와 차세대 시스템 투자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 인프라 고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자본시장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제도 설계와 집행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변화가 해결? 집행 의지가 관건” 신중론도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구조개편 자체가 코스닥 체질 개선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상장 유지 요건 강화와 부실기업 퇴출은 현 체제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리 독립 여부와 관계없이 관리·감독 기준을 강화하면 시장의 체질 개선은 이뤄질 수 있다”면서 “구조 변화보다 중요한 건 실제 집행 의지”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거래소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돼 기능별로 법인이 분리될 경우, 증권사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 구조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감시본부가 별도의 비영리 독립 법인으로 분리되면 증권사들은 기존 매매체결 수수료 외에 시장감시 분담금(자율규제 수수료)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영리 구조가 요구되는 만큼 운영 재원을 시장 참여자가 분담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각종 분담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증권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비용 구조 변화가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방향과 본점·인력 배치 문제를 둘러싼 거래소 내부와 부산 지역의 반발 가능성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5년 구조개편 논의 당시 거래소 노조가 지주회사 전환과 코스닥 분리, IPO 등에 강하게 반발하며 파업까지 거론했던 전례가 있다.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국거래소 측은 “내부적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