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매출 넘어 ‘지속 성장 모델’ 구축한 셀트리온…“글로벌 빅파마 전환 국면”

4조 매출 넘어 ‘지속 성장 모델’ 구축한 셀트리온…“글로벌 빅파마 전환 국면”

기사승인 2026-02-10 06:00:14
셀트리온 2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산업 선두에 선 셀트리온이 처음으로 연매출 4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동시에 열면서 글로벌 바이오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특허 절벽과 재정 압박, 약가 인하 기조 속에서 비용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대규모 생산 역량과 글로벌 유통망, 차세대 모달리티를 결합한 ‘지속 성장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9일 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조1625억원, 영업이익 1조16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37.5% 증가한 수치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4.3%p(포인트) 증가한 28.1%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한 만큼 연매출 4조원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성장세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을 포함한 13만2000ℓ(리터) 규모의 생산 인프라를 완비하며 현지에서 제품을 만들고 팔 수 있는 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브랜치버그 공장은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9년까지 3년간 약 6787억원의 바이오의약품을 일라이 릴리에 공급하기로 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위탁생산(CMO)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다.

차세대 파이프라인 개발…2038년까지 41개로 확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차세대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며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ADC △다중항체 △태아 FC 수용체(FcRn) 억제제 △비만 치료제 등 16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가 1월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성장 전략과 사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ADC 후보물질 ‘CT-P70’, ‘CT-P71’, ‘CT-P73’과 다중항체 후보물질 ‘CT-P72’는 모두 지난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하고 임상 1상에 진입했다. 4개 파이프라인의 주요 결과는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신규 ADC 후보물질 ‘CT-P74’과 FcRn 억제제 ‘CT-P77’은 내년 초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개발 로드맵이 공개된 차세대 비만 치료제 ‘CT-G32’도 기대를 모은다. CT-G32은 4중 작용제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돼 온 개인 간 치료 효과 편차와 근손실 부작용 개선을 목표로 두고 있다. IND 제출 계획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앞서나가고 있는 분야는 더 강화한다. 셀트리온은 현재 11개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오는 2038년까지 총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략 가능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4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SC 제형 적용 확대…“내실 있는 성장 이어질 전망”

셀트리온은 기존 제품의 제형 변화도 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SC 제형 상용화 역량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유럽에서 램시마SC는 26%의 점유율을 보였다. 독일(48%)을 비롯해 핀란드(58%), 불가리아(56%), 크로아티아(43%), 체코(42%) 등에선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도 SC 제형(개발명 CT-P6 SC)으로 개발, 허가용 임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3개월 안에 유럽과 국내 규제기관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허쥬마SC에 도입된 기술은 피하조직 내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고농도·고용량 의약품의 SC 투여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안전성과 확장성이 높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은 향후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개발 중인 신약에도 SC 제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은 링거 형태로 맞는 정맥주사제(IV)에서 피부에 간편하게 놓는 피하주사제로 옮겨가고 있다.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치매, 자가면역질환 의약품이 SC 제형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SC 제형은 병원에서 1시간 이상 정맥에 약물을 투약해야 하는 IV 제형 대비 투약 시간이 3~5분 수준으로 짧고, 효과는 동일하다. 환자가 자가주사를 통해 용량 조절도 쉽게 할 수 있다.

증권가는 셀트리온이 고수익 신규 제품 중심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전환과 미국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의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브이리서치는 “2026년에는 신규 제품 매출 비중 70%, 영업이익률 30% 초중반을 목표로 내실 있는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국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는 정책, 관세 리스크에 따른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을 완화하는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이어 “ADC 및 다중항체 중심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본업인 바이오시밀러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 위에 옵션 가치로 축적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임상 진전과 함께 파이프라인 가치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이브이리서치는 올해 매출 가이던스로 5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