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보니 실제로 뼈아팠다, 석유화학 일제히 부진…고부가·구조개편에 쏠리는 눈

성적표 보니 실제로 뼈아팠다, 석유화학 일제히 부진…고부가·구조개편에 쏠리는 눈

- 석화 6개사, 지난해 합산 손실 1조6500억원…전년比 1조 확대
- 중국발 기초소재 공급 과잉, 구조적 불황 최악으로
- 스페셜티·신사업 사활, NCC 감축 자율개편안 결과 촉각
- 1월 중 결과 기대했으나 넘겨…정부 “차질 없이 진행 중, 이달 말 가능성”

기사승인 2026-02-10 06:00:14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2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석유화학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일제히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장기 불황에 따른 영향이 현실화했다. 지난해 말까지 제출한 자율 구조조정 개편안 결과를 토대로 올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개편안의 당초 예상 발표 기한이었던 1월이 넘어가면서 업계 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9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화기업 6개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1조6500억원대로, 2024년 합산 손실 규모(-6144억원) 대비 1조원 넘게 증가했다. 

업계 맏형인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3560억원을 기록해 전년(2024년) 영업손실 1040억원 대비 부진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이 2024년(-9145억원) 대비 커진 9436억원을,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도 지난해 영업손실 249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부문은 23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에쓰오일(S-OIL)도 석유화학 부문에서 13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를 낸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2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하며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 3~4년 전부터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의 범용 기초소재(에틸렌 등) 공급 과잉 여파로 나프타분해설비(NCC) 보유 기업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4년 손실 규모 대비 지난해 성적표를 봤을 때, 구조적 불황 여파가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중국의 물량에 기술력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김동춘 신임 사장(CEO) 체제로 2026년을 맞이한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 소재, 생명과학 등 각 사업 부문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확대의 일환으로 전남 율촌산업단지 컴파운딩 공장 생산 라인을 현재 11개에서 연말까지 23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 내 첨단소재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첨단소재는 지난해 연간 20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불황 속에서도 전년 1796억원 대비 289억원 증가하며 스페셜티 확대의 중요성을 몸소 증명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내실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석유·화학,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석화업계는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경쟁력을 잃은 NCC를 감축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업계는 산업통상부 주도 하에 지난해 말까지 NCC를 통·폐합하는 자율 구조조정 개편안을 제출, 국내 총 NCC 용량 1470만톤 중 18~25%에 해당하는 270만~370만톤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대산산업단지에서 지난해 11월 가장 먼저 제출한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의 기업결합 건(대산 1호 프로젝트)을 시작으로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당초 업계에선 1월 중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산업통상부의 세제 혜택·연구개발비용 지원, 규제 완화 방안 등 ‘맞춤형 기업 지원 패키지’, 채권단 금융지원 방안 등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1호 프로젝트 제출 이후 3개월째 관련 소식이 없자 업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스페셜티 및 신사업 전환이 기업들의 큰 과제이고, 이와 관련한 연초 계획들을 마련해 실행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이 역시 정부의 자율개편안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예상보다 심사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이번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추후 있을 구조조정의 기준이자 선례가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엔 다소 부담이 따르는 만큼, 채권단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한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는 관련 심사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에서 대산 1호 프로젝트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서를 심의 중이며, 정부는 사업재편 승인 시 금융·세제·규제완화 등을 포함한 정부지원 패키지를 함께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공정위도 기업결합에 대한 사전심사를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지원방안 역시 ‘산업 구조혁신 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채권금융기관 실사 중이며, 사업재편 심의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검토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진행한 주요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대산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어 이달 말쯤 구체적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석유화학 대책은 산업 전반이 아니라 지역별 특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