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소원 현행 헌법서 불가·4심제 희망고문 유발”

대법 “재판소원 현행 헌법서 불가·4심제 희망고문 유발”

법원행정처, 與 ‘재판소원법’ 반대 의견서 제출…위헌 소지 지적

기사승인 2026-02-11 10:13:11 업데이트 2026-02-12 11:41:2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처리를 예고한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를 두고 대법원이 “헌법 개정 없이 입법만으로 도입할 수 없다”며 국회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제도 도입 시 사실상 4심제가 돼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희망고문’만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0일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36쪽 분량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이 재판소원 도입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안의 이달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사법부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재판소원법을 처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 1항),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101조 2항)고 정한 헌법 조항을 근거로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나아가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최종심으로 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며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떠나 현행 헌법 하에서 입법만으로 재판소원을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재판은 단순한 법률심이 아닌 법률심 겸 헌법심이라고도 강조했다. 민·형사소송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과 법률, 명령 규칙 위반이 가장 중요한 상고 이유라는 점에서다.

대법원은 특히 헌재가 2001년 2월 전원재판부 결정 등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고,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 본문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헌법규정상 지극이 당연한 확인적 규정’이라고 판시했다고 짚었다.

또 우리 헌법이 ‘제5장 법원’과 ‘제6장 헌법재판소’를 병렬적으로 배치해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을 수평적, 독립적으로 분장했고, 어느 기관을 다른 기관의 상급 기관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독일연방기본법 체계상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법원에 비해 우위에 있는 최고사법기관에 해당해 우리 사법체계와는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헌재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간 양측은 법률 해석, 판결에 대한 위헌 소지 판단 등의 사안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는데, 이번 재판소원 문제를 놓고선 대법원은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서 헌재 입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헌법심’으로서 “확정 재판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구제 절차”라고 주장하며 도입에 찬성해왔는데, 대법원은 이를 두고 “본질과 실체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 역시 ‘헌법심 겸 법률심’으로서 법원의 법률을 포함한 법규의 해석·적용 및 그에 기한 판단이 헌법 위반인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의 결론이 헌재에서 뒤바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해 거의 모든 사건에서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어지고 소용은 없는 고비용, 저효율 제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은 결국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 등을 중심으로 극히 일부 사건만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소송비용만 과다하게 지출하는 희망고문”이라고 우려했다.

재판소원의 혜택은 권력자 또는 높은 소송비용을 지출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고, 대부분의 사건은 사전심사 단계에서 무의미하고 허탈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 확정판결이 재판소원이나 가처분으로 뒤집히거나 정지될 경우 법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헌재의 재판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과거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1년에 4만건 이상 처리하는 데 30%(1만2000건)가 (불복해) 헌재로 오면 감당할 수 없다”고 한 말도 인용했다.

대법원은 또 독일에서 재판소원 인용률이 1% 초반대에 머물고 있고, 연방최고법원재판에 대한 재판소원 인용률은 평균 0%대라며 “재판소원의 결국 남소(濫訴)로 흘러 헌법소원 심판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고 있다”고 통계로 밝혔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라는 제3호 (재판소원 허용) 요건을 통해 재판소원 사유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된다”고 주장했다.

또 확정재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허용하는 조항에 대해선 “확정판결에 대해 가처분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가처분 제도가 가지는 법치주의 원리상의 내재적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재판소원과 가처분 신청 자체가 사실상태의 고착으로 이익을 얻을 패소 당사자의 소송 지연 전략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고 부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