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5년간 3342명 증원 결정에 반발 확산…“‘다사(多死) 사회’ 대비 역부족”

의대 5년간 3342명 증원 결정에 반발 확산…“‘다사(多死) 사회’ 대비 역부족”

2027학년도 정원 490명 증원…지역의사제 적용
“일관된 인력정책과 구조개혁 패키지 제시해야”
“의료계 반발 납득하기 어려워”

기사승인 2026-02-11 10:24:38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오는 2027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5년간 서울을 제외한 비수도권 32개 의과대학 정원이 연평균 668명씩 늘어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증원 숫자가 너무 적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1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400명 증원도 막혔던 것에 더해 지금 대폭 증원해도 빠듯한데, 정부는 고작 490명으로 적당히 시간을 때우려 한다”며 “이는 2038년 의료대란 예고편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개최하고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증원 규모를 3342명으로 결정했다. 의대 정원은 2024년 정원 3058명에서 2027년에 490명 증원된 3548명, 2028년과 2029년에는 613명 증원된 3671명 규모로 정해질 계획이다. 2030년부터 공공의대와 지역의대가 설립돼 각 100명씩 신입생을 모집하게 되면 2030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는 3871명으로 늘어난다. 

이를 종합하면 향후 5년간 연평균 668명의 의사인력이 추가 양성된다. 기존 의대 증원 인원 중 2024학년도 정원(3058명)을 초과하는 부분은 모두 지역의사로 선발된다. 지역의사 선발자들은 재학기간 중 정부의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복무하게 된다.

보정심이 의결한 의사 인력 양성 규모안이 교육부의 각 대학별 배정을 거쳐 2027년부터 의대 모집 정원에 반영·시행되면 2033년부터 2037년까지 총 3542명, 연평균 708명의 의사인력이 추가 배출된다. 구체적인 의대별 정원은 교육부의 배정위원회 심의 및 정원 조정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등 절차를 거쳐 4월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예상을 깬 적은 증원 숫자에 시민사회단체는 “초고령화로 인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사망자가 급증하는 사회 단계인 ‘다사(多死) 사회’를 대비할 의료개혁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연대회의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회피하는 숫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인구와 질병, 지역소멸, 돌봄수요 폭증이라는 국가 리스크를 기준으로 일관된 인력정책과 구조개혁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회의를 거치며 모형 조합을 압축하고, 가상의 600명(공공·지역의대)을 미리 빼고, 교육 여건 상한을 적용해 연간 613명(2027년 490명)까지 축소한 과정은 ‘숫자 깎기’의 정치공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대생 이탈로 인한 24·25학번 ‘더블링’ 문제와 관련해선 “정부가 불법과 부당 행위에 원칙대로 대응하지 않고 선처만 반복해 공고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그들이 만든 부담을 이유로 증원을 깎는 것은 본말전도에 불과하다”면서 “교육 여건 부족은 국가 투자, 교원 및 임상교육 인프라 확충, 수련체계 혁신으로 해결할 과제이지 숫자를 줄이는 핑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공백의 비용은 환자와 국민, 병원 노동자가 치렀다. 의사 집단은 추계 결과마저 ‘근거 없다’며 부정하는 이중전략으로 정책 결정을 무력화했다”며 “병상과 전달체계, 2차 의료 강화 등 공급구조 개혁과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지불제도 개편 및 비급여 관리 등 불필요한 의료량 통제 방안을 재추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비판하며 “의료계의 반발이 국민과 환자의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의 피해는 통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치료를 기다리는 중증·희귀질환환자들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 근거와 숙의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의료계 스스로 요청한 논의 구조를 부정하는 것이며,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을 둘러싼 지난 의정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의료계도, 정부도 아닌 국민과 환자였다”며 “이번 의대 증원은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의료 전달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의료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