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우리 몸의 면역 세포를 미리 깨워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새로운 개념의 범용 감염예방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항생제 내성균이나 변이가 잦은 신종 바이러스 등 예측하기 어려운 감염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전략이 될 전망이다.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 류충민·서휘원 박사팀은 의약품 성분 안정제로 쓰이던 'DDM(n-도데실-β-D-말토사이드)' 물질이 체내 선천면역을 활성화해 감염병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현재 의료계는 항생제가 무력화된 내성균 급증, 백신만으로 대응하기 힘든 변이 바이러스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복합 감염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균을 직접 죽이는 방식이 아닌, 몸의 1차 방어 체계인 선천면역을 미리 활성화하는 숙주 지향적 예방 전략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DDM은 본래 비이온성 계면활성제의 일종으로, 의약품 제조 시 막단백질을 안정화하는 보조제로 사용한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감염 하루 전 DDM을 미리 한 번 투여하고, 이후 강력한 항생제 내성균과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은 모두 사망했지만 DDM 투여군은 100% 생존하며 뚜렷한 방어 효과를 보였다.
DDM은 호중구를 신속하게 불러모았다.
호중구는 감염 발생 시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세균과 바이러스를 잡아먹고 살균하는 핵심 백혈구로, DDM은 호중구가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도록 면역 준비 상태를 만든다.
특히 DDM은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만 선택적으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때문에 감염이 없는 평상시에는 과도한 염증이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 기존 면역 증강제들이 문제인 과도한 염증 반응이나 장기적 면역 변형을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이 기술은 특정 병원체에만 듣는 백신과 달리 다양한 내성 세균과 바이러스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다.
특히 이미 의약품 보조제로 사용해 안전성 데이터가 충분한 물질을 재목적화했기에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도 크다.
이를 통해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중환자실 환자 등 감염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새로운 방패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 박사는 "이번 연구는 몸의 면역 촉진을 통해 복합감염에 대응하도록 돕는 새로운 감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며 "항생제 내성균이나 신종 바이러스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위협에 대비하는 범용 예방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eBioMedicine(IF 10.8)’에 게재됐다.
(논문명: Innate immune priming by n-dodecyl-β-D-maltoside in murine models of bacterial and viral infection / 교신저자: 서휘원, 류충민 박사/제1저자: 박지선 연구원/DOI: 10.1016/j.ebiom.2026.106143)







